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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파월의 베버리지 곡선 사랑

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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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우리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은 총수요의 완화에 기여했고 이는 총공급의 개선과 결합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한편 건강한 속도로 성장이 지속되도록 했다. 노동 수요도 완화하면서 실업 대비 빈일자리(vacancies)의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도 대규모의 파괴적인 해고 없이 주로 빈일자리 수의 감소를 통해 정상화했다. 고용 시장은 더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천이 아닌 상태로 전환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고용시장 현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길게 풀었다. 지난 2년 넘게 이어져 온 통화긴축 기조를 중단하고 '피벗(기조전환)'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유독 고용시장 현황을 정성스럽게 설명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한 부분이다. 노동 수요(빈일자리율 또는 구인율)와 공급(실업률)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유력한 지표다.

파월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높았던 실업 대비 빈일자리 비율이 파괴적인 대량 해고 없이 정상화했다며 특히 구인율의 감소로 정상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업률은 크게 오르지 않은 가운데 구인율은 감소했으니 연준의 긴축 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뒀고 이제는 기조를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뉴욕의 한국 정책기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을 길게 언급한 것은 이제 정책금리를 조정할 시기가 됐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업률은 많이 올라가지 않고 빈일자리 비율만 내려가는 상황이 무한정 지속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빈일자리가 점차 줄고 실업은 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시간, 즉 '베버리지 변곡점(Beveridge Threshold)'에 다가가고 있다"며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효과적이었다는 점과 기조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들어 공개 석상에서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앞서 7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개최한 연례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실업률이 증가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며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당시 연준의 '이중책무'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 처한 위험은 "균형에 훨씬 가까워졌다"며 "이것을 판단하는 좋은 방법은 베버리지 곡선 분석"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만큼 완전고용 책무 또한 위태로운 상황이니 고용에 더 주목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는 "베버리지 곡선은 모든 사람이 말하고 들여다본다"며 우리는 (베버리지 곡선이) 수직으로 내려왔는데, 구인 건수와 채용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베버리지 곡선이 평평해지는 그런 지점(베버리지 변곡점)에 실제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추이는 미국 노동부가 게시하는 베버리지 곡선 차트에도 드러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그린 베버리지 곡선. 빨간색 동그라미가 연준의 긴축 이후.

[출처 : BLS 홈페이지]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 5월엔 실업률이 13.2%까지 치솟은 반면 구인율은 4.0%에 머무르고 있다. 이후 연준의 초저금리 통화정책으로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면서 2022년 3월이면 실업률은 3.6%까지 떨어지고 구인율은 7.4%까지 뛰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다시 통화긴축으로 기조를 틀게 되고 올해 6월 들어 구인율은 4.9%, 실업률은 4.1%로 조정됐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정책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점을 파월 의장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베버리지 곡선은 앞으로도 파월 의장과 연준, 연준 주변의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통화완화로 기조전환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고용을 집중적으로 언급한 만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내려야할지 논의할 때 베버리지 곡선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 내 영향력 있는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7월 공개 발언에서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고용시장은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있다"며 "우리는 고용시장을 이 자리에 유지해야 한다"고 정책 목표를 설정했다.

월러 이사는 당시 연설에서 베버리지 곡선의 역사를 다루며 "지속적으로 구인율과 구인배율(실업자 한명당 빈일자리 개수)의 하락은 지난 2년간 봤던 것보다 더 큰 실업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랫동안 내가 봐왔던 것보다 현재 실업에 대해 더 큰 상방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구인율 4.5%를 제시하기도 한다. 구인율이 4.5%를 밑돌면 실업률이 더 오르게 돼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5%의 구인율에 주목하는 인사가 월러 이사다.

그는 올해 1월 연설에서 구인율이 4.5%까지 하락하는 것은 "구인 건수의 상당한 감소를 통해 가능하다"면서도 과거 사례로 볼 때 구인율이 그보다 더 낮아지면 통화정책의 긴축으로 실업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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