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국내 기관 대거 운집…SK㈜ 부담과 대조
그룹 한도 등 이슈 얽혀, 조달 여건 상이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에서 삼성물산(AA+)과 SK㈜(AA+)를 둘러싼 기관들의 엇갈린 투자 심리가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의 경우 국내 다수의 기관 참여에 힘입어 강세를 드러냈으나 SK㈜는 민평 수준에서 발행을 마쳤다.
두 발행사 간 조달 시점과 펀더멘탈의 차이도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그룹과 SK그룹을 보는 채권시장 내 시각차도 주목하고 있다. 적극적인 시장성 조달로 기관들의 투자 한도치에 다다른 SK그룹과, 한도가 넉넉한 삼성그룹에 대한 상이한 분위기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 담자" 주요 기관 대거 운집…SK와 대조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삼성물산은 최대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만기는 2년과 3년물로 각각 1천500억원씩 모집했다.
수요예측에는 기관들의 주문이 줄을 이었다. 2년물에는 9천300억원이, 3년물에는 1조3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만기별로 55곳 이상의 기관들이 주문을 넣어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최근 크레디트물 전반의 가산금리(스프레드) 부담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넉넉한 수요에 힘입어 삼성물산은 강세를 보였다. 모집액 기준 2년물은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bp, 3년물은 6bp 낮게 형성됐다. 삼성물산은 수요예측 결과를 고려해 최대 5천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선 SK㈜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21일 SK㈜는 2천5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투자자 모집 결과 2년(모집액 500억원)과 3년물(1천억원), 5년물(700억원), 7년물(300억원)에 각각 2천200억원, 4천800억원, 3천100억원, 1천600억원이 유입됐다.
2년물과 3년물 모집액 기준 스프레드는 모두 동일 만기 민평금리와 동일한(par) 수준을 보였다. 5년물은 7bp 높은 수준을, 7년물은 1bp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이에 SK㈜는 3년물과 5년물을 각각 2천900억원, 800억원으로 증액했다. 3년물과 5년물 발행 스프레드는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9bp, 7bp 높은 수준으로 확정됐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만기별로 20여곳 안팎의 기관들이 주문을 넣었다.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린 3년물에 주문을 넣은 곳은 33개 기관이었다.
물론 삼성물산과 SK㈜의 경우 조달 시기 및 업종 등에서 다소 차이가 드러난다. SK㈜의 경우 매 분기 조달에 나서 민평금리를 꾸준히 낮춰왔지만, 삼성물산은 2년 만의 복귀전이라는 점에서 두 기업 간의 민평금리 차이도 존재한다.
다만 두 기업이 조달을 나섰던 시기에 모두 크레디트물 약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던 데다 동일 신용등급, 국내 주요 그룹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차이가 눈길을 끈다.
◇그룹 한도 이슈에 SK그룹 부담까지…캡티브도 영향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과 SK그룹에 대한 기관별 한도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회사채 발행량이 상당해 이미 기관들의 투자 한도 측면에서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그동안 회사채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유가 있는 편이다.
A 채권 업계 관계자는 "기관 대부분이 삼성에는 한도가 거의 남아있어서 예상보다 강하게 주문을 넣은 듯하다"며 "삼성물산은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도 상당히 세게 된 상황이지만 SK는 기관들의 한도가 많이 차 있다 보니 발행 스프레드 측면에서 차이가 드러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을 둘러싼 각종 이슈 역시 부담 요소다. SK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리밸런싱에 나선 상황이다. 이전보다 유동성 측면의 우려가 커진 데다 최근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삼성과는 다른 입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B 업계 관계자는 "SK의 경우 기업합병부터 과거 대비 경색된 유동성에 최근에는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졌다"며 "삼성과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의 우량 펀더멘탈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삼성물산의 경우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1조6천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순차입금은 1천362억원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C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사실상 순현금 상태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만 SK는 화학 부문의 적자와 오너 리스크, 회사 합병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번 수요예측에서 보듯 삼성물산에는 국내 주요 기관 대부분이 주문을 넣는 분위기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두 발행사 간 조달 빈도와 증권사의 영업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경우 2년 만의 복귀전인 만큼 증권업계의 주관 경쟁이 상당했다. SK㈜는 분기별로 시장을 찾는 데다 증권사에 고르게 업무를 맡기는 터라 캡티브 활용력 측면의 차이도 드러났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D 업계 관계자는 "SK㈜의 경우 발행 빈도가 잦고 다수의 증권사와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관 경쟁을 위한 캡티브 물량 활용도가 크지 않다"며 "반면 삼성물산은 2년물 금리를 끌어내린 대부분의 투자자가 증권사였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캡티브 활용이 상당해 금리 측면의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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