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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밥캣 계열구조를 끊어라."
지난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두산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에 탈원전 정책까지 겹치면서 두산중공업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금융시장이 경색됐고, 단기채 차환마저 어려워지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같은 해 6월 두산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두산중공업에 3조원이 넘는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두산그룹도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계열사 보유 자산 매각과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 등 '뼈를 깎는' 자구안을 수립했다.
당시 채권단은 두산 측에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였던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끊으라고 요구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모회사 아래에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이 그대로 있으면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알짜' 자회사들이 원활한 자금 조달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채권단 입장이었다.
신용평가사들도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가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으로 전이되는 경우 이들 계열사의 신용도도 저하될 것"이라며 채권단을 지지했다.
이에 증권가와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이 두산중공업과 절연할 것이란 설이 돌기도 했다.
당시 거론됐던 안은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두산인프라코어·밥캣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로 분리한 후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최종적으로 분할·합병안을 추진하지 못했다.
분할·합병이 실제로 이뤄지면 그룹 내 상징성이 강한 두산중공업을 그룹이 포기하겠다는 의미와 같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든든한 계열사까지 없어지는 일이라 당시에도 중공업 주주가 과연 동의할지에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두산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밥캣과 분리해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했다.
그룹을 대표하던 동대문 두산타워도 8천억원에 매각됐고, 두산건설도 사모펀드 큐캐피탈에 넘어갔다.
두산솔루스(6천986억원)와 ㈜두산 모트롤사업부(4천530억원), 클럽모우CC(1천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도 당시 다른 기업으로 편입된 곳들이다.
한때 20개가 넘었던 계열사는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로보틱스 등 10여개 남짓으로 줄었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었다.
2022년 2월 두산그룹은 채권단에게 유동성을 지원받은 지 1년 11개월 만에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애초 예정됐던 기간인 3년보다 1년여를 앞당긴 것이다.
다만, 그 악몽 같은 기억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와 밥캣의 '모자 관계'는 두산 입장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이라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 모자 관계로 얽혀있어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이 여론의 반대에도 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려는 것은 과거 자구안을 완성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노력이란 해석이 뒤늦게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는 조기 졸업했지만, 2020년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두산중공업이 그룹 전체를 흔들던 위기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두산중공업도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꾸고 원전 재개 등 호시절을 맞이했지만, 국내외 에너지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수소 등 신사업·친환경 부문으로 가시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과거 채권단이 지적한 대로 그룹 내 핵심 사업인 에너지와 밥캣을 분리해 대내외 리스크에 대비하자는 노력이 쉽게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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