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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국토부 장관의 변명 "이참에 샀을 뿐인데"

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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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는 억울하다. 때마침 집을 사려고 했던 이들이 정책금융을 활용했을 뿐이고, 이것 자체가 가격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이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집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자, 수요 증가는 공급이 일정할 때 곧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과열의 원인 중 하나로 정책금융을 지적한 한 기자의 질문에 "이참에 사자고 판단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정책 모기지가 원인인지, 집을 많이 사는 수요가 생겼는데 그 수요를 가진 분들이 모기지를 스스로 활용한 것인지, 선후를 알 수는 없다. 수급 불안과 전세 사기로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참에 사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 정책자금이 사실은 유효한 수단을 줬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정책자금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한 채에 20억원에서 30억원에 이르는 강남 아파트값을 보고 있으면 이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에 따른 공포로 아파트 전세로 수요자들이 옮겨가고, 높아진 전셋값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총선을 지나며 시장에서는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으며 50주 연속, 51주 연속 서울의 전세가 상승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부동산면을 채웠다. 그리고 5월부터 이른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에서도 상승 거래와 신고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도 6월 중순부터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5월에 5천건가량이었으나 6월에 7천500건을 돌파하고, 7월에 8천800건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당초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게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는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니 미리 대출을 당겨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계대출은 급증했고,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다. 주담대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정책금융이 언급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정책금융에는 매입을 위한 디딤돌 대출, 전세를 위한 버팀목 대출, 신생아 가구에 국한한 신생아 특례 대출이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대상주택 가액은 신생아 특례 대출의 9억원이다.

올해 2분기부터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는 정책금융 상품이었다. 디딤돌 대출의 공급액(집행 실적 기준)은 올해 상반기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8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기금의 정책 대출 공급액은 총 28조8천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대출 증가가 집값 상승과 맞물려 있으며,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정책금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국토부는 8월에 정책금융인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의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당시 금리를 인상하며 "그간 기금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간 과도한 차이가 최근 주택정책금융의 빠른 증가세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고, 이에 따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 원인은 여전히 아니라고 보지만, 다들 그렇게 계속 지적하니 마지못해 인정한 느낌임을 지울 수 없다.

박 장관은 여전히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책자금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들은 인기 지역에서 가격대별로 보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남의 20억원대 집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급지만 보고 있다가 자칫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시 6개월 만인 7월 말까지 7조2천억원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주택 구매용 디딤돌 대출이 5조4천319억원,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이 1조7천933억원이다.

지역별 대출실행을 보면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을 받은 가구의 31%가 경기도에 집을 샀다. 인천이 7.7%, 서울이 7.7%로, 결과적으로 경기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을 합쳐서 40%를 넘는다. 인천과 경기도는 전세 사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곳이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수급을 이기는 시장 가격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공급을 늘렸으니 이제 괜찮을 것이라는 자위일 수 있지만, 대출 쪽 수요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정책금융이 가격 상승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박 장관의 말대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 그러나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은 원인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부동산 생리가 너무 복잡하다. (기업금융부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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