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추이:인포맥스 제공
(뉴욕=연합인포맥스) 변곡점은 원래는 수학적 개념이다. 함수 그래프에서 곡선의 오목성이 바뀌는 지점을 일컫는다. 볼록함수가 오목함수로 바뀌거나 그 반대로 바뀌는 점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선 장기추세를 동반하는 변화의 길목이 변곡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이면서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드디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수퍼사이클'에 변곡점이 오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탈탄소화라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난 2019년 연말 팬데믹(대유행) 양상을 보인 지 5년여만에 이제 새로운 변곡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순환적인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장기적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이나 팬데믹 직후였던 제로(0)금리까지는 언감생심이다. 향후 몇 년 동안 혹은 중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들어서더라도 극적인 수준까지 내려서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이전의 수퍼사이클 때보다는 자산의 할인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상식으로 통했던 세계화는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점점 더 지역화된 생산이 특징이다. 팍팍한 고용시장과 에너지 가격은 회사들의 제조원가를 압박하고 마진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이런 역풍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거대하고 강력한 쌍둥이의 충격적인 도전까지 받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 '탈탄소'다. 둘 다 자본의 집중적 투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겠지만 동시에 도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제품이나 서비스도 개척할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 에너지 조달이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선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탈탄소 경제도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갈 길이 멀다.
빅테크 기업들이 변곡점을 지난 뒤에도 과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은 자산의 수퍼사이클을 이끌어왔던 대부분 기간에는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에 가까웠다.
월가가 여태까지 수퍼사이클이라고 평가하는 마지막 기간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팬데믹 직전까지였던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의 미국 증시 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준으로 연율 16% 수준이다. 해당 시점의 자산가격 할인율에 해당하는 연준의 기준금리는 제로(0)에 가까웠다. 특히 해당 시점에는 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주입하는 대규모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까지 실시됐다. 지금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대부분 이 시기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서 2000년 닷컴 버블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진 1908년대부터의 수퍼사이클 국면이 있다. 이 국면에서는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금리 수준과 낮은 세금, 경제개혁 등이 뒷받침되며 미국 증시의 수익률을 뒷받침했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이 붕괴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평가됐다.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됐고 글로벌 무역도 급증했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의 미국 증시 수익률은 연율로 16% 수준이었다.
새로운 수퍼사이클은 연준의 금리인하에도 자산의 평균 할인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AI와 탈탄소화 대규모 투자 등으로 상당 기간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가올 변곡점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국제경제부)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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