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정부·여당과 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강 대 강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고려했던 정부는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입법 방향을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개정으로 선회했고,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지 않고 '사후 추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아닌 거대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고, 쿠팡 등 대규모 플랫폼을 사실상 규제에서 제외해 줬다며 반발했다.
◇ 공정거래법 개정 택한 당정, '사전 지정'도 '사후 추정'으로 완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당정협의회를 거쳐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방향' 자료에 따르면 당정은 공정거래법을 개정, 시장 지배적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행위를 금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이 아닌 공정거래법 개정을 택했고, 규율 대상도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배적 플랫폼도 사전에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으로 특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당초 사전 지정 방침을 발표했다가 한발 물러섰다.
이는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업계의 반발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외 빅테크도 있지만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들도 같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모델이 많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플랫폼도 같이 경쟁하는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 부처의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지배적 플랫폼을 선정할 때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천만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회사의 이용자 수가 2천만명 이상인 경우 등 현행 공정거래법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올리브영, 무신사, 마켓컬리 등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독과점 위험은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간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면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며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조사부터 제재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 기간에 독과점이 공고화되고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피해가 보는 것을 (이번 개정안으로) 신속하게 조사·제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野 "소비자 보호 포기" 반발…'온플법 제정' 고수
정부·여당의 발표에 민주당은 대규모 플랫폼을 사실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10일 "업계의 눈치만 보고 플랫폼 관련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던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는 결국 중소 상공인과 소비자 보호를 포기했다"며 쿠팡, 티몬, 위메프,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플랫폼들이 대거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남근 의원은 전일 대정부 질의에서 "플랫폼은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법 위반을 발견해서 조사하는데 (예를 들면) 7년도 걸리고 하니까 사전에 지정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공정위도 그런 입장이었다가 업계에서 반발하니 사후 추정으로 바꿨다"고 꼬집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들어와서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을 발의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뿐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에서도 관련법을 발의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남근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티메프 사태에서 문제가 된 정산대금의 지급 주기·정산금 관리 문제 이외에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단체 구성 및 거래조건 협의 제도 마련,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계약서 교부 의무, 계약 해지의 사전 통지 의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과 별개로 자체적인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문 수석부의장은 "정부안은 정부안일 뿐이고 민주당에서는 이미 온라인플랫폼과 관련된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기본적 입장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률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최근 문제 되는 플랫폼 관련 여러 문제를 포함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다만 "정부 측이 강력하게 반대한다든지 여당의 협조가 없다면 공정거래법에 내용을 충분히 담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4.9.9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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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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