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국민연금 국내투자 강권할 수 없어"
국민연금 "공시 정보 강화·주총 일자 분산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박경은 기자 =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금융업계는 국민연금기금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12일 공동으로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열었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유지라도…주주제안 적극적으로"
이 자리에서 금융투자협회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만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GPIF가 국내주식을 많이 확대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파트장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면 한국시장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장기 투자 자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며 "장기 투자 자본이 많아야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파트장은 "국내에도 퇴직연금이라는 장기 투자 자금이 있고 이것이 안정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여전히 90%가 원금보장형"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도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이사는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주주제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자세히 공시되도록 의무를 확대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촉구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전무는 상법에서조차 주주에 대한 기본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무는 "상법상 이사충실의무가 회사를 보호하는 데 방점이 있고 주주는 언급조차 없다"며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일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사후 페널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두 날개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사후규제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1년에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10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3대 운용사가 20~25%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도 주주대표소송을 하지 않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 액티브 펀드,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서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주주와 이해 상충이 가장 적은 사모펀드(PEF)를 위한 제도 보완책도 제안됐다.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대표이사는 "기관전용사모펀드에 대한 기관 전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참여기관은 연기금, 공제회, 금융회사이며, 일반회사가 참여하기는 허들이 높고 개인 투자는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공시 정보 부족…주총 몰려 애로"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시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실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에 기업에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문제"라며 "배당, 이사선임, 합병 등과 관련된 정보를 국민연금이 묻기 전에 기업들이 먼저 충분히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해 "미국은 실제 임원이 받는 보상에 대한 안건을 직접 승인 받는 구조인데, 한국은 임원 보수 한도만 승인받는다"며 "보수 한도를 설정한 이유와 그것이 합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는 그간 해왔던 얘기를 재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외이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영진의 보상이 기업의 실적 또는 기업가치에 연계됐는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의결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되려면 안건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주주총회가 2월 말~3월에 몰려있다"며 "600여개의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국민연금은 심하면 하루에 50여개 기업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고충도 전했다.
◇금감원장 "국민연금 국내투자 강요할 수 없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간 한국시장 수급을 좋게 하기 위해서 국민의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국내 포트폴리오를 늘리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황선호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기업 의사결정 관련 공시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 근거 자료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안정적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는 장기 투자 자금 형성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주총회 기간 분산 등은 법무부에 더 가까운 얘기지만 우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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