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가격·부채 추이 고려해 금리 인하 시기 결정"
"소비 회복 속도 빨라질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시점에서는 부채의 증가가 소비를 늘리기보다 오히려 제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추이를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과도한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둔화 우려가 큰 데 대해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진전 등으로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12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와 민간소비 간 상관관계가 가계부채비율이 (GDP의) 80%를 상회한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추정되는 등 두 변수 간 관계가 상당히 약화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론적으로 부채의 증가는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실질 가계부채 증가율과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도 0.67을 기록해 높은 동조화를 보였다.
하지만 가계부채비율이 80%를 넘어선 지난 2014년부터는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0.12를 기록했다. 부채가 늘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한은은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일으키는 가계대출은 소비를 늘리지만, 자산 매입 등을 위한 대출일 경우에는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라는 문구로 대변되는 부동산 부양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 증가가 결국 소비에 악영향을 준 셈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를 제약한다.
한은은 "소비를 제약하는 원리금상환비율(DSR) 임계치는 47%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상회하는 가계 비중이 2013년 5.1%에서 2023년에는 12.2%로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가계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지난 5월 이후의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동 비율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도 부채가 늘었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과거 확장기는 대체로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적인 상황에서 시작됐다"면서 "최근에도 서울 등의 신축 아파트 공급부족 및 비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 및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대출규제 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는 거시건전성정책기조의 강도는 19.4로 지난 2017년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상황에 대해서는 전망이 혼재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는 주택가격 수준이 크게 높고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데다 정부의 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의 효과도 점차 나타나면서 내년 이후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반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은 거시건전성 규제의 효과가 불확실하고 수급불균형 우려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확장세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경제주체들에 이러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어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강화 조치를 고려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내수 부진에 대해서는 높은 물가수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소득개선 지연, 고령화 등 여타 구조적 및 특이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다만 "민간소비는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되어 점차 회복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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