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금융 상암센터에서 열린 금융권 전산센터 화재 예방·대비를 위한 '금융감독원-소방청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12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10 uwg806@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금융의 어려움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 우리금융 발전을 위해 내부 후보가 필요할 지, 아니면 과도기적 단계에서 외부 수혈이 필요할 지에 대해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뛰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지난해 1월 말 했던 말이다. 벌써 1년 8개월전 얘기다. 임 회장은 당시 자신을 둘러싼 '관치 논란'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보이면서 설 연휴 내내 후보직 수락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나흘 내내 고민한 뒤 연휴 마지막 날 후보직을 수락하기로 최종 입장을 굳혔다. 막강한 후보였던 임 회장이 회장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외부 임종룡 vs 내부 이원덕'의 구도가 됐다. 결국 임 회장은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을 따돌리고 지난해 2월 초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그랬던 임 회장이 취임 1년 6개월 만에 향후 거취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해 설 연휴에 이어 올해 추석 연휴 또한 임 회장에겐 '중대기로'가 돼 버렸다.
최근 우리금융을 둘러싼 사태는 핵심을 파악하는 것 조차 쉽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이슈에 문제가 있다는 것엔 대부분 동의한다. 우리금융이 또 한번 내부통제 헛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에도 큰 이견은 없다.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과 관련해선 우리금융과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은행장도 부족하다. 지주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구도로 돌아가고 있다. 끝까지 수습하겠다고 하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히든 임 회장의 입장 정리가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손태승 전 회장은 무리하게 3연임에 도전하다 금융당국에 찍혀 결국 퇴임 수순을 밟아야 했다. 당시에도 판을 주도했던 것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3연임 도전과 소송 가능성 등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직격했던 일화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랬던 이 원장이 이번엔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며 현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작심비판했다. 손 전 회장 당시엔 이복현 원장 이후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나서 "(소송 등을 언급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고 지원사격하면서 금융위의 입장도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임 회장이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인 만큼 금융위는 최대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 김병환 위원장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현 경영진의 거취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금융당국 수장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비판이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우리금융은 대체 왜 금융당국에 찍혔을까'로 궁금증이 몰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감원 내부에선 원색적인 비난들이 많다.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우리금융은 사고가 생기면 우린 매뉴얼대로 처리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도통 잘못했다는 얘길 안한다. 이렇다 보니 장관 출신 회장만 믿고 담당자들도 모두 고자세인 건가 의심도 든다"고 했다.
임 회장이 부당대출 사과 메시지를 앞두고 보험사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선제적으로 체결한 것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일종의 '날치기'였다는 얘기다. 인수 과정의 협상력을 위한 결정이든, 당국 승인 절차를 앞당기려던 계획이든, 현 경영진의 주도권을 위한 레버리지 전략이었든, 어쨌든 그 결정은 현재로선 실패한 전략으로 보인다. 결국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당국과는 전혀 교감이 없었다는 지적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금감원은 면밀 검증을 예고했고 이번 M&A에 대한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당국의 신뢰가 없었던 점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상업 간의 갈등이 여전한 우리금융만큼 인사 민원이 많은 금융사는 없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이렇다 보니 임 회장 또한 후임자 선정·양성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했을 정도다. 결국 명확한 시스템이 부재했던 점이 유·무형의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 셈이다. 또 임 회장 취임 1년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내부통제 이슈가 터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당국의 실망감도 작용했다. 사실상 임 회장이 우리금융 CEO가 되는 데는 손 전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던 금융당국도 지분이 일부 있다. 이후 회추위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임 회장을 둘러싼 '관치논란'에 대해 금감원은 대부분 침묵했다. 하지만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 체제로 전환한 지 6개월, 1년, 1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병환 위원장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해 이사회의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밝히면서 우리금융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하지만 우리금융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이 과하다고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손 전 회장 당시 벌어진 일로 현 경영진까지 압박하고 있는데, 현재 드러난 팩트만 가지고는 사퇴를 운운하기엔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상당 수 임직원들은 임 회장 취임 이후 한일-상업간의 정치 논리로 돌아갔던 문화 대부분이 청산됐다고 본다. 경영진 거취의 키를 쥔 사외이사들 또한 지난달 말까진 사퇴로 번질 이슈는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고민은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당국 출신 OB는 "공무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금융당국 사정에 밝은 임 회장이 현재 상황이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모를 리는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넘어가더라도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 1년간 명예회복에 성공하지 않고서는 연임은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도 많다. 또 향후 국정감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데다, 우리금융 관련 제보까지 빗발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 회장이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어떤 결과로 흘러갈 지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임종룡 회장과 이복현 원장 정도를 제외하곤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책금융부 정원 기자)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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