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주택자금 정책 대출을 두고 통화당국과 정부가 시각차를 노출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다.
통화당국이 주택가격 상승과 정책대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후 금융당국이 이에 동조하면서 정책 변경이 일어나는 듯했지만,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가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견을 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주택금융 축소로 정책대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입장 정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풀이됐다.
◇ 집값 상승·대출 증가 악순환 빠졌다는 통화당국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과 정책대출은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면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의도가 어떻게 됐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서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증이라든지 정책금융이 거기를 주고 그러면 그 정책금융으로 인해서 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하는 양이 늘어나고, 그런 위험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 고리를 어떻게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기한 것이고 그로 인해서 서민들이 대출받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은 재정 당국과 담당 정부에서 좀 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하는 월간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해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핵심 축은 정책금융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35조2천억원이었는데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한 특례보금자리대출은 27조4천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특례보금자리대출 일반형이 종료됐는데 10월부터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주택구매자금인 디딤돌 대출과 전세자금인 버팀목 대출이 이어 받았다.
주택기금 정책자금은 이전까지는 가계대출 동향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작년 10월부터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소득요건 등이 완화되며 크게 증가해 동향에 포착됐다.
작년 10월 3조7천억원으로 등장한 주택기금 정책대출은 지난 7월에는 4조2천억원으로 덩치를 키우며 10개월 동안 22조3천억원이 증가했다.
◇ 국토부, 정책대출 변동없다…시중은행과의 금리차는 조정할 것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청년층에게 집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약속, 아기를 낳으면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약속은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라며 "약속된 대상을 줄이거나 정책 모기지의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고, 시중금리와 정책대출 금리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장관은 정책자금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정책 자금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정책 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들은 인기 지역에서 가격대별로 보면 많이 있지 않아 그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도 박상우 장관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그림설명: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3구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3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강남 3구의 변동률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 시계열자료, 연합인포맥스 가공]
서울 내 서민주거지역을 상징하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9월 첫주에도 0.15% 상승해 서울 전체 평균 0.21%에 못 미쳤다. 반대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는 0.33% 올라 전체 지수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남 3구가 주간 기준 0.53%로 폭등하는 양상을 보였을 때도 노도강 3구는 0.15% 올라 강남3구 상승률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강남 3구가 깃발을 들면 노도강이 따라가는 모양새를 띤 셈이다.
◇ 둔촌 주공 1만2천가구 입주 초읽기…시장 불확실성 고조
평소라면 당국 간 정책 이견이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소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서울 내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곧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올해 서울 최대 아파트 입주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이 오는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등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만 2천가구가 넘는 전세 물량이 세입자를 찾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 측에서 지불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건설사당 7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2조8천억원에 달하는 공사 대금을 입주 잔금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동구 아파트 전세거래는 월별 800건에서 1천건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인데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축소로 입주율이 떨어진 부분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2.2%로 전월 대비 3.5%포인트(p) 하락했다.
주산연은 "주택경기가 양호함에도 서울 입주율이 낮아진 것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와 전세가가 높아 잔금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을 사용할 때는 국민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건설 애널리스트를 역임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주택시장 안정화란 주택가격의 급등 혹은 급락이 없어, 사람들이 주택을 매수할지 매도할지 임차를 할지 등에 있어서 가격을 덜 신경 쓰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채상욱 대표는 "가격의 급변으로 자기의 계획과 무관한 주거 서비스를 강요받는 것은 국민들을 불행케 한다"며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역량을 보여줄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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