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가계부채 축소 전제돼야 한은 금리인하 가능
주담대 감소폭 미미…은행 자율 관리 압박 커질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빅컷'(50bp 인하)을 단행하면서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부동산 가격 흐름 속에 가계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 심리를 억누르기 위한 메시지 관리도 지속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연준을 쫓아 금리를 내리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선 가계부채의 드라마틱한 축소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강력한 규제는 이어갈 계획이다.
◇ '빅 컷'에 시장도 출렁…시장안정화 조치 검토
금융당국 관계자는 19일 "연준의 빅컷 이후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불안에 대비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적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대응조치들을 점검하고 필요시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낮췄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였던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뉴욕증시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환영하기보다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는 쪽으로 해석되며 하락 마감했다.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연준의 빅컷이 오히려 단기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뿐더러, 채권 가격도 더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빅컷이 달러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널뛰기 환율 장세 등도 경계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와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식·채권·단기자금시장과 외화자금 유출입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감원 해외사무소와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24시간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취약차주, 금융회사, 금융시스템 위험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에 건전성·유동성 강화를 주문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덫 어쩌나…추가 조치 고민 커져
연준이 빅컷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그만큼 커진 상태다.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내수 부진은 심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은 어느 정도 조성됐지만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상승과 이에 연동한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줄여야하는 금융당국의 부담은 더 커졌다.
갈 길 바쁜 한국은행의 발목을 가계부채가 잡고 있는 격이라 어떤 식으로든 가계대출 증가폭을 억눌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 등에 자율적 관리 강화를 압박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계대출 급증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8월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8조2천억원 늘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지난달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됐고, 은행권이 잇따라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전방위로 틀어막고 있으나 한은에 금융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특히 은행의 대출 실행이 계약 두 달 이후 실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할 수 있고, 이 경우 한은은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관리 목표 수준이 도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 놓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이 우선 거론되는 조치다.
은행들도 금융당국 기조에 발맞춰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자율적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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