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 이후 절치부심
규모·구도·전략 등 차이…'거버넌스 개선' 명분은 동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9개월 만에 다시 대기업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000240] 공개매수에 실패하며 물러났던 MBK파트너스는 이번 고려아연[010130] 투자에서 한층 치밀한 전략을 펼쳤다.
[출처: 고려아연]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
MBK파트너스의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여러 면에서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와 비교된다.
먼저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이 한국앤컴퍼니보다 7배 넘게 크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121)에 따르면 공개매수 공고 하루 전날(작년 12월4일) 종가 기준 한국앤컴퍼니의 시가총액은 약 1조6천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준(9월12일)으로 볼 때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11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들이는 금액도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한국앤컴퍼니 때는 매수수수료까지 총 6천250억원을 준비했지만, 고려아연의 경우 동시에 진행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대금을 포함해 최대 2조1천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는 2021년 18억달러 규모로 조성한 스페셜 시츄에이션스 2호 펀드를 동원했지만, 고려아연에는 최대 80억달러를 목표로 모집 중인 6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를 사용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사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콜옵션까지 확보했다.
대결 구도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앤컴퍼니 때 MBK파트너스는 조현식 고문 등 2대주주 그룹과 손을 잡았지만, 이번에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합심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경우 지분 확보 경쟁에서 보다 유리할 뿐 아니라 '적대적 인수' 시비에서도 한결 자유로울 수 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장씨(영풍 측)와 최씨(최윤범 회장 측) 일가의 지분 격차만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인수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공개매수 일정에서도 치밀함이 엿보인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개매수는 최소 20일 동안 진행해야 하는데, MBK파트너스는 22일간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에 추석 연휴와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개천절 등을 포함해 거래일을 10일로 최소화했다.
예상 밖의 변수가 등장할 물리적 시간을 줄이고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측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21일간 진행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때는 크리스마스를 제외하면 특별한 휴일이 없었다.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내건 명분은 '거버넌스 개선'으로 비슷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의 기업가치가 현재의 지배구조에서 발현되기 어려워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회사의 낮은 주주환원율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MBK파트너스는 '대리인 문제'를 들고나왔다. 지분율이 영풍 측에 밀리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고 한 것이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지 여부에 쏠린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매수 가격을 2만원으로 제시했다가 열흘 만에 공개매수 가격을 2만4천원으로 20% 인상했다. 공개매수 발표 이후 주가가 2만원을 웃돌며 흥행이 어려워지자 내린 결정이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현재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출처: BNK투자증권]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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