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 팬데믹 위기 이후 약 4년만에 금리 인하의 포문을 '빅컷(50bp)'로 열면서 한국은행이 언제 동참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은 물가와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시점이라면서도 최근 급속도로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이에따른 가계부채의 급증 상황이 진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곧바로 추종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호도 보냈다.
다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하는 데다, 연준의 피벗이라는 대외 환경의 변화로 한은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팽팽히 맞선다.
◇부동산에 발목…연준보다 가계부채 '방점'
한은이 최근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매파'였다.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의 진정이 선행되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경제주체들에 이러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는 상황에서는 부채 증가가 오히려 소비를 제약한다면서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표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곧 가계부채 문제의 안정이 선행되어야만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분명히 밝혔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연내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여러가지 정부의 (부동산 안정)조치가 분명히 효과를 내는 상황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보다 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느릴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박 부총재보는 "주요국 정책금리와 비교하면 국내 기준금리가 상당 부분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도 조정의 폭이나 속도에 대한 기대를 형성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있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의 위원도 금리 인하에 앞서 가계부채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했다.
한 금통위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향후 시행되는 정책들의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금통위원은 부동산 과열 상황이 지속하면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거세지는 압박…10월도 닫지는 않은 한은
한은이 가계부채의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내놓은 만큼 이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특히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압박이 지속하는 중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추석 연휴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 정책이 조금은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선제적이라고 하기엔 좀 늦었다"고 한은을 직격했다.
성 실장은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도 서울 일부 지역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공개 논평을 내놓는 등 꾸준하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부진한 내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핵심 정책이 금리 인하고, 수도권 부동산 문제는 정부의 다른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는 큰 폭인 50bp 금리 인하를 실시하면서 대외적으로도 금리 인하 압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연준이 빅컷 인하를 했음에도 시장 금리가 오히려 반등한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은도 다음 금통위인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10월 금통위는 월초에 해당하는 11일에 열린다. 해당 시점까지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우위다. 추석 등 계절적인 변수도 많아 9월에 일부 지표가 개선된다고 해도 기저의 흐름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은은 하지만 향후 부채 증가 속도 등을 내부적으로 추정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금통위가 결정을 내릴 것이란 입장이다.
박 부총재보는 10월에 가계부채 흐름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9월 한 달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달에 얼마가 될지나 추세를 내부적으로 추정해보는 수치가 있다"면서 "10월 금리를 결정할 때는 9월까지 나오는 게 있을 것이고 그것에 기반했을 때 이후에 금융안정 측면이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통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금통위 때까지 발표된 수치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추산한 예상 추이 전망도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가계부채가 눈에 띄게 잡히지 않더라도 둔화할 것이란 예상을 확신하면 이를 바탕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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