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우리 경제에 고령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어서고, 2045년까지 37%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일본의 고령화를 추월하는 수준이다.
고령화는 은퇴자 증가와 소득·소비 감소를 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산보다는 소득이 적을수록 고령가구의 소비 감소가 뚜렷하다. 은퇴 전 쌓아둔 자산이 많더라도 소득이 적으면 적정한 소비 수준보다 덜 쓰는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소득·소비 감소는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인구의 소득을 늘리는 방법의 하나는 배당소득을 주는 금융자산 비중의 확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장수 리스크와 건강 리스크 때문이다. 돈이 언제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르기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갖춘다.
금융자산과 달리 주거자산은 우리나라 모든 세대의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데다. 실거주 할 수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비중은 나이가 들수록 뚜렷해진다. 30~34세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31% 수준인데, 70~74세 가구의 부동산 비중은 69.1%다.
학계에선 사회·문화적 특성상 부동산 선호 성향을 정책으로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뒤집어 말하면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늘려 소비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연금화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주택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연금이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살면서 평생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구매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모기지와 달리 보유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형태라 역모기지라고도 불린다.
집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은 고령가구의 생활 안정과 소비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월 소비지출액의 약 83%~120%를 주택연금 수령액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건을 충족하는 잠재 주택연금 수요층이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노인빈곤율이 약 13%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주택연금은 주거안정과 현금흐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방안이다. 그러나 활성화 수준이 낮은 편이다. 가입이 가능한 55세 이상부터 연령대별로 주택 보유 가구 중 0.2~1.8%만 가입한 상황이다.
주택연금이 고령층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으나 금융산업에서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해결할 과제는 유동화다.
지난해 기준 보증공급잔액 124조 원 중 90% 정도는 상위 5개 은행에 집중됐다. 보증 리스크를 소수의 은행만 안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대형 증권사 같은 기관이 주택연금채권을 사들이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매각한다면 주택연금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IB)이 주택연금 생태계에서 유동화를 담당하고 있다.
닥쳐온 고령화가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와 자본시장이 역할을 나눠 주택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제도를 설계해 주택연금 관련 사업자를 규제하고,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창의적인 솔루션을 선보일 시점이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