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고유권의 쿰파니스] 김병환의 시간

24.09.19.
읽는시간 0

발언하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2 jjaeck9@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F4 회의'(경제·금융·통화당국 수장 회의)의 '빅 스피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낸 이 총재는 뛰어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집한 해외의 경제·금융시장 동향을 공유한다. 방대한 '날것'의 시장 데이터를 보유한 금감원의 정보는 이복현 원장의 입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전달된다. 다양한 의견과 데이터를 통해 방향을 잡아야 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경청하는 데 집중한다. 그간 유독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참석자는 금융위원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원장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주 말이면 취임 50일을 맞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오면서 생긴 변화다. 투박한 부산 사투리 억양이 남아있어 다소 억세 보이기도 하지만, 김 위원장은 조곤조곤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두 말로 풀어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하기에 앞서 잘 듣는다. 듣고, 말하기에 모두 능숙하다. 김 위원장의 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이다.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의 이해와 입장이 일치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금융당국이 '의도적'으로 입을 닫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의 모든 현안은 이복현 원장의 입을 통해서만 전파됐다. 금융당국 수장은 사실상 입장이 없었다. 외형적으로는 그랬다. 금융위의 관할 사무가 금감원장의 입을 통해서 발설되더라도 그저 속으로 부글부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당국 간 내재적 갈등은 축적되고 있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의 방향을 해석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내 모든 부처가 늘 일치된 입장과 방향을 가질 수는 없다. 오히려 시끄러운 게 낫다고 본다.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문제는 부처 수장의 조정과 조율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느냐다. 엇박자라는 비판을 듣기 싫어 할 말을 하지 않고 '입 꾹'한다면 결국 피해는 시장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이 궁금해하는 각종 현안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이 의견을 피력하고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과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김병환 위원장의 방향은 옳다.

금융시장은 늘 불안정하다. 그런데 그게 금융시장의 속성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끊임없이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개입'하는 것도 그런 불안정성을 조금이라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그렇더라도 불안정한 상황은 개선될 뿐 해소되지는 않는다. 2천50억원 때문에 벌어진 레고랜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됐지만, 제2의 레고랜드는 늘 잠재돼 있다. 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도 어찌 보면 동일하다. 아마 김병환 위원장이 재임하는 동안 가계부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장은 그저 안정에 가까운 상태를 만드는 데 그의 역량이 최대치로 발휘되길 기대할 뿐이다. 그런 기대의 이면에는 절제되지만, 방향성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와 정책을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바람이 있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이 시작되면서 가계부채와 맞물려 금융안정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과거의 '저금리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는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선 우리 입장에서 금리 인하는 금융 불안정성을 키우는 변수임은 틀림없다. 취임 일성으로 '부채의 위험'을 경고한 김 위원장에게 가계부채는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다만, 부채의 총량을 축소하는 것 못지않게 금융시장의 잉여 자금을 얼마나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시킬 것인지도 중요하다. 결국은 금융회사의 자금 중개 능력치를 높여 줄 획기적인 정책 아이템을 만드는 것 또한 김 위원장에겐 중요한 과제다. 돈에 꼬리표는 없지만 돈이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결과물은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기도, 부담을 키우기도 한다. 부담을 줄이는 데만 천착하지 말고 시장의 호황을 이끌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 발굴도 필요하다. 김병환의 시간을 기대해 본다.

(정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고유권

고유권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