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무분별 투자…올해 창사 첫 순부채 전환 전망"
"친구 PE에 5천600억 출자…이그니오 인수 때 실적 허위 기재"
"글로벌 1위 제련 경쟁력 위한 투자 지속…주주환원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리인 문제'를 지적하며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사업 관련성이 낮은 투자를 중단하고 본업과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가 무너졌다"며 이렇게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2024.9.19 jieunlee@yna.co.kr
◇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주가·수익성·건전성 악화"
그는 먼저 지난 2019년 최윤범 회장(당시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고려아연의 주가가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고려아연 주가는 47.7% 오르며 5.7% 하락한 코스피200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2019년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이 추세가 역전됐으며, 2022년부터는 코스피200이 14% 오르는 동안 오히려 주가가 17% 하락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장기 전망에 대해 많은 기관투자자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MBK파트너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이익률이 2019년 16.2%에서 지난해 10.1%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2%에서 6.8%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은 3조원 늘었는데 EBITDA는 거꾸로 1천억원 줄었다"며 "회사가 애쓰고 고생하는데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알람"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이자부 부채 규모가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천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며 올해 말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순현금 2조5천억원을 쌓아두던 튼튼한 회사가 5년 만에 차입금을 가지는 회사가 됐다"며 "고려아연이 기업설명회(IR)에서 2029년까지 1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장기적으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MBK파트너스]
◇ 원아시아·이그니오 등 최윤범 회장 부적절 투자 직격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최윤범 회장 주도의 무분별한 투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2019년 3월 이후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가운데 30개 기업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순손실을 기록했다며 손실 금액을 합하면 약 5천300억원에 이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의 200배에 달하는 금액에 인수한 이그니오와 사법 리스크까지 거론되는 SM엔터테인먼트 투자, 여행 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나쁜 투자' 사례로 꼽았다.
특히 신생 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고려아연이 출자한 건은 회사 사유화 의혹이 짙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오르고 몇 달 뒤 설립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3년간 총 5천561억원을 투자했다. 8개 펀드 중 5~6개 펀드가 고려아연이 9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사용된 하바나1호 펀드 지분율은 99.8%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형사사건을 방청해보니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우 친하다고 한다"며 "저희도 PE 사업을 하지만 한 기업이 (한 펀드에) 90% 이상의 돈을 넣는 건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투자를 하면서 이사회에 한 번도 온 적이 없고 자산운용이라고만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자산운용인가"라고 되물었다.
고려아연이 하바나1호 펀드에 1천17억원을 단독 출자하는 과정에서 캐피탈콜(자금 납입)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도 수상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MBK파트너스]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를 인수할 때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당시 동종 업계 매출 대비 멀티플(11~12배)을 훌쩍 넘겨 202배에 달하는 5천820억원을 주고 100% 지분을 인수한 것도 문제지만, 재무실적 허위 기재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2022년 4월 1대주주인 영풍에 이를 보고할 때 이그니오의 매출이 573억원이라고 기재했는데, 막상 거래가 최종 종결된 같은 해 11월 공시자료에 따르면 회사 매출이 29억원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2022년 7월에 1차로 지분을 거래할 때 이미 감사가 거의 완료돼 숫자가 나왔을 텐데 그때도 매출이 637억원이라고 했다"며 "11월에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때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정확한 수치를 공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월부터 (실제 매출을) 알고 있었는데 11월에 같은 가격으로 나머지 지분을 샀다"며 "납득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 MBK파트너스]
◇ "거버넌스 바로 세울 것…'트로이카 드라이브' 지속"
이에 대한 대안으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제대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 한 명의 의사결정에 따라 저렇게 의혹이 많은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제대로 거버넌스를 세우는 게 첫 번째 추진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윤범 회장을 제외한 임직원과는 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1위 제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제련사업이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탈탄소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란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등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3대 신사업을 말한다.
김 부회장은 또 이사회와 논의해 자기주식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할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에게 자기주식 사용처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공개매수의 속성상 고려아연 노동조합이나 울산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미리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 쓴 게 5천600억원인데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인건비 총액이 3천800억원"이라며 "그 돈을 급여 인상에 썼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4.9.19 jieunlee@yna.co.kr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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