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
K-ICS 150% 이상, 해약준비금 적립비율 '1-법인세율' 적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앞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웃도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덜 쌓아도 된다.
보험사 입장에선 늘어나는 이익 만큼 법인세 부담이 커지겠지만, 배당 가능 재원을 대폭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 줄어든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금융당국은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재무 상태가 튼튼한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낮춰주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예정된 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고객이 보험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하는 보험료의 재원이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보험금 지불 능력을 강화해 계약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고자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 적용 이후 보험사들이 기존에 적립한 해약환급금이 부족할 경우, 그 차액을 자본 내 이익잉여금에서 떼어내 추가로 적립하도록 했다. 법정 준비금인 만큼 이를 킥스(K-ICS·신 지급여력비율)의 기본 자본으로는 인정했지만, 배당 가능 재원에서는 제외했다.
검토 중인 개선안에 따르면 건전성이 담보된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1-법인세율'로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4단계 누진세율 구조를 갖추고 있는 법인세가 최고 24%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새롭게 반영되는 적립비율은 약 76% 수준이 되는 셈이다.
보험사의 건전성은 킥스(K-ICS) 비율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감독규정 상 적기시정조치와 함께 배당이나 신규사업 진출을 제한받는 킥스 비율은 100% 미만이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150% 이상의 킥스 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인 보험사는 생보사 21곳, 손보사 29곳이다. 다만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는 생보사 17곳, 손보사 27곳으로 줄어든다.
현재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가 내년부터 적용할 할인율 제도 변경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 만큼, 강화된 기준을 선제로 반영한 킥스 비율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판단할 기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한 금리 인하와 향후 제도 변화 등을 고려하면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웃도는 킥스 비율을 유지하는 보험사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이 줄어든 보험사들은 이익잉여금이 늘어나는 만큼 내야 하는 법인세는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배당 가능 재원도 많이 증가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수 확보가 목적이었다면 세법을 개정했겠지만, 이번 조치는 감독규정 개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보험사의 건전성과 현실적인 배당가능 이익 사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로 개편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뭐길래…정부는 세수·보험사는 배당 늘려 '윈윈'
사실 이번 개선안은 과세당국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도입한 새 회계기준 IFRS17 체제에서 연간 당기순이익이 수조 원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증가한 이익만큼 법인세는 늘지 않았다. 법상 적립해야 하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불어나서다.
CSM(보험계약마진)을 늘리려는 보험사 간 신계약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법상 손금 산입한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비약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비용처리를 뜻하는 손금 산입은 곧 과세 대상의 감소를 뜻했다. 보험사의 회계상 대규모 비용 처리가 법인세 감소의 한 축이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각각 2~3조 원에 육박하며 일 년새 수 천억원씩 늘었다.
과세당국에서는 지난해 산입된 보험업계 전체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를 32조 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이익이 나는 곳에 세금이 따라가는 게 당연한데 금융, 특히 보험업은 달랐다. 배경을 분석하니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있었다"며 "손금산입 비중을 줄여 일관된 과세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컸다. 늘어난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앞으로 내야 할 법인세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마다 해약환급금 적립 규모가 달라 손금 산입 비중을 줄이는 데 대한 온도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회계 항목인 만큼 업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급증한 해약환급금 준비금 탓에 배당 가능 이익이 급감한 보험사들의 속사정도 반영됐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간 물리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재무담당임원(CFO)은 "최종 개선안을 봐야겠지만 향후 건전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환경적 변화를 고려하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비롯한 법정준비금이 부담됐던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배당 가능 이익을 확보해 주주환원 여력이 커진 점이 가장 유의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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