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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큰손' 보험사…세수 펑크 덕에 배당 얻고 '밸류업'

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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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은 정부의 세수 부족과 보험사의 배당가능 이익 제한이라는 두 결핍이 만들어낸 시너지다.

되풀이되는 '세수 펑크'에 난감한 정부와 밸류업 정책에 걸맞은 주주환원을 고민하는 보험사의 니즈가 맞물려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 작년 법인세만 4兆…보험사, 얼마나 더 낼까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금융당국은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재무 상태가 튼튼한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낮춰주는 게 핵심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단독 송고한 ''곳간 튼튼' 보험사, 법인세 더 내고 배당 늘린다' 제하의 기사 참고)

과세당국에선 금융회사가 법인세 시장의 큰 손이 된 지 오래다. 예대마진에 기대 조(兆) 단위 이익을 벌어오던 은행 금융지주가 오랜 시간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대규모 법인세를 물어왔다면 최근에는 보험사의 법인세 증가 폭이 눈에 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전체 법인세 비용은 4조 원에 육박한다. 특히 이익 증가폭이 컸던 손해보험업계가 2조7천억 원, 생명보험업계가 1조3천억 원 남짓을 기록했다.

개별사별로는 삼성화재가 약 6천57억 원의 가장 많은 법인세 비용을 지출했다. 메리츠화재가 5천525억 원, DB손보가 4천885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삼성생명이 2천983억 원, KB손보가 2천660억 원의 법인세 비용을 기록했다. 현대해상과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한화생명, 메트라이프는 1천~2천억 원 수준의 법인세 비용을 나타냈다. 개별사별로 추후 세액조정이 진행됐겠지만, 주요 보험사 대다수가 수천억 원대 법인세를 냈다.

이번 제도 개선안이 얼마만큼의 세수 확보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과세당국은 지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산입 규모가 32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만으로 1~2조 원 수준의 세수는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모양새다.

다만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 준비금뿐만 아닌 변액보험 등 다양한 법정준비금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조(兆) 단위 추가 세수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IFRS17과 관련한 기준이 시시각각 다르고, 제도 변경에 따른 이익 산출도 차이가 있어 섣불리 세수 확보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준비금 적립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유의미한 수준에서 법인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30조 원의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법인세는 얼마가 됐든 '가뭄의 단비'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이제는 보험사들도 웬만한 제조업 상장사만큼 법인세를 낸다"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대기업의 적자 탓에 법인세가 덜 걷혔다는데 IFRS17 체제 아래에서는 남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 배당가능이익 소멸 문제 해결…이익체력 커질까

무엇보다 이번 제도 개선안을 반기는 곳들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위권 보험사들이다. 특히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DB손보 등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안팎에서 높였던 곳들이기도 하다.

이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갖는 정체성이 결국엔 이익체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간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기준을 낮춰달라 요구해온 보험사들의 목적은 법정준비금으로 사라지는 배당 가능 이익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CSM과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신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었고, 이같은 법정 준비금을 차감한 이후의 순이익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거리였다.

가뜩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주문받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예년 수준조차 배당인 어려운 곳들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었다.

은행 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밸류업 공시 붐업을 시작한 정부는 그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보험사, 특히 주인이 명확한 지주사 체제의 보험사들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거래소가 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을 불러 적극적인 밸류업 공시 참여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의 건전성과 배당 사이 조화를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 세수 마련이라는 가시적 성과보단 보험사가 중장기적으로 건강하게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초체력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단순한 당기순이익만 잘 나오는 기업보단 배당가능 이익이 충분하고 자본 감소가 없는 기업만 진짜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익체력의 개념이 예전에는 그저 순이익이었다면, 이제는 주주환원 여력을 포함한 펀더멘털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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