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KB국민은행이 분기 단위로 진행해 왔던 부실채권 매각을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와 분기 사이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낸다.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이후 부실 정리에 속도가 붙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9일 '일반담보부채권 및 회생채권' 매각 공고를 내고, 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진행 중이다.
11월 중으로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이 내용이 반영된 실제 연체율은 4분기 중으로 확정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 이후 추가적으로 3.5분기 매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체 물량이 일부 늘긴 했지만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면서도 "선제적인 정리를 통해 내년 출발을 가볍게 하자는 취지다"라고 부연했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으로 별도로 분류해 집중 관리한다.
은행들은 사실상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채권에 대해선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상각을 단행하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 매각 조치를 실시한다.
통상 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을 분기 말에 해왔는데, '0.5분기'의 경우 분기와 분기 사이에 부실채권을 추가로 매각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이번 3.5분기 부실채권 매각은 2014년 4분기 이후 10년 만에 진행하는 것으로,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지속으로 부실 채권이 급증하면서 연체율 관리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털어내면서 순이익이 3천895억원에 그쳤지만 2분기에는 1조1천164억원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자산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연체율은 2분기 기준 0.28%로 전년 동기(0.21%) 대비 0.07%포인트(p) 상승했고, 같은 기간 NPL 비율도 0.25%에서 0.37%로 크게 올랐다.
2분기 국민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178.9%로 전년 동기 253.9%에서 무려 75%p 하락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부실채권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NPL비율과 반대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건전성은 나빠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5대 은행이 올 상반기에만 3조2천704억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조 2232억원 대비 약 1.47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년째 이어진 고물가와 고금리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크게 늘어나 은행권의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67%로 지난해 7월 말 대비 0.18%p 상승했다.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새롭게 연체에 진입한 이들이 연체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에서도 은행권에 가계부채를 비롯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을 이유로 은행권에 선제적 조치를 주문한 상태다.
한 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한국도 10월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금리가 낮아지면 소호 부문의 금리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연체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금리가 빠지는 건 이미 선반영된 상태라 펀더멘털 문제로 가계부채가 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성장률도 안 좋아지고 있는데 은행 비롯해 카드 등 연체율이 안 좋은 상태"라며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 빠르게 내릴 수도 없어 (은행권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촬영 안 철 수] 2024.9.15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