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신흥국까지 확장
6개월마다 논의 지속, 친환경·규제 등 이슈 산적
(포르투=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유럽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시장을 두고 각국의 시장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2일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열린 커버드본드 콩그레스(The Covered Bond Congress 2024) 이야기다.
커버드본드 콩그레스는 인비소(Invisso)와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 European Covered Bond Council)가 주최하는 컨퍼런스로, 각국 은행과 투자자 간 교류의 장이다. 국내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어지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신한은행, KB국민은행도 이번 컨퍼런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발 넓히는 커버드본드
23일 인비소와 ECBC에 따르면 지난 12일 포르투에서 열린 커버드본드 콩그레스에서는 46개국 1천300여명 이상의 시장 참가자가 모여 커버드본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콩그레스에서는 양적완화(QE) 이후의 커버드본드 시장 전망과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급변하는 금리 환경 속 채권의 적정 가격 책정 방법 등 해당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는 세션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곳에서 커버드본드는 더 이상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s)에서의 주택금융 접근성이 커지면서 탄자니아 모기지 리파이낸스의 오스카 음가야 CEO가 연설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발전에 대한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당시 마이클 강 나티시스 상무는 "한국과 싱가포르에서의 커버드본드 발행 동기는 유럽과 유사하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자금 조달 도구를 제공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투자자 기반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패널토론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커버드본드 시장 발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다음 발행 후보로 말레이시아를 주목하기도 했다.
유럽 커버드본드 시장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발행·투자자 유입을 통한 안정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상호성(reciprocity)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든 조달이 계속될 수 있는 강력한 투자자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주택금융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비유럽 국가들과의 논의에도 한창이다. 일례로 탄자니아는 그동안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모기지 재원을 마련했지만, 점차 독립적인 움직임에 나서기 위해 유럽 커버드본드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로코의 경우 아프리카 최초로 커버드본드 법률이 통과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지아에서도 커버드본드법이 통과됐다. 주택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우즈베키스탄 역시 관련 법률 도입에 관심을 높이는 상황이다.
리처드 케미시(Richard Kemmish) 유럽 커버드본드 컨설턴트는 "탄자니아 모기지 금융회사(Tanzanian Mortgage Finance Company)의 경우 국제 개발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지만, 이들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국제기구가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제 각국 모기지 회사는 직접 커버드본드 발행 등의 조달 과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유럽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C 총회도 인산인해, '소통' 강조
커버드본드 콩그레스에 앞서 지난 11일 포르투의 볼사 궁전(Palacio da Bolsa)에서는 제35회 ECBC 총회가 진행됐다. 볼사 궁전은 한때 주식거래소로 쓰였던 곳이다. ECBC 총회는 6개월 주기로 열린다.
이날 총회에서도 유럽은 물론 탄자니아와 케냐, 브라질 등 비유럽국 대표자가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루카 베르탈로(Luca Bertalot) ECBC 사무총장은 "우리는 신흥국에 더 많은 안정성을 제공하고 예금 의존도를 줄이며 유럽 투자자에게 적합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 기준과 공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이들은 모기지가 매우 적고 모기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공부문 커버드본드가 필요할 터라 우리는 계속 생각하고 교육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 ECBC 총회에서 신흥국의 비중이 큰 건 아니다.
이날 총회의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친환경 모기지였다. 에너지 효율성 개선 및 이를 측정하는 방식은 물론 LTV(Loan to Value)에 그린V(Green V)를 도입하는 형태 등을 통한 부동산 가치 평가 강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규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유럽 은행 당국 및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등의 규정에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을 충족하는 커버드본드 채권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제3자 동등성(third-party equivalence)도 언급됐다.
한국도 시장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콜린 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부대표는 "한국은 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 등이 특이한 케이스인데 총회 등에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대표자가 없다"며 "발행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협회 등의 조직이 있다면 규제기관과 소통하기에도 용이하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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