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공·신한·국민銀, 조달 안정성 방점
국내 주담대 구조 개선도 앞장
(포르투=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2024년 커버드본드 콩그레스(The Covered Bond Congress)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이 유럽 투자자와의 만남에 한창이었다.
컨퍼런스 한편에 마련된 미팅룸에서는 주택금융공사의 국제금융부와 신한은행·국민은행 자금부 등의 실무진이 자리를 잡고 투자자와의 소통에 열중했다.
이들은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를 통해 서민 주거비 경감 효과도 노리고 있다. 최근 이들은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공략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발행사 펀더멘탈은 '이상무'…가계부채·PF 주시
지난 12일 포르투에서 열린 커버드본드 콩그레스에서는 한국 기관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2018년 국내 최초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시장을 개척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꾸준히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 기관 중 하나다.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동참하면서 현지 투자자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찾고 있지만 이번 컨퍼런스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커버드본드에 대한 유럽 투자자들의 우려는 크지 않은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경우 커버드본드의 기초자산이 되는 커버풀(cover poop)이 대부분 주거용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어 상업용 등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는다.
박현식 신한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은 "투자자들이 회사 개별 펀더멘탈 등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한국은 LTV나 DTI 규제도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문의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PF의 경우 정부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PF는 2022년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전 업권에서 철저한 대비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류가 더해지면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진 점 등을 부각했다.
세 기관은 꾸준한 조달로 커버드본드 시장에서의 신뢰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KB국민은행은 현재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포모사 커버드본드 조달 채비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 시장을 겨냥한 포모사 커버드본드의 경우 세계 최초의 시도다.
국내 금융기관이 커버드본드 시장을 주목하는 건 조달 안정성 때문이다. 발행 자금이 주택담보대출로 활용되는 주택금융공사와 달리, 시중은행은 외화 커버드본드 발행 자금을 원화로 스와프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모기지 공급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외화 커버드본드를 활용할 경우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 이들의 신용등급은 AA급이지만, 커버드본드는 'AAA' 등급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시장이 경색되더라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다.
◇커버드본드-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시동, 과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을 더한 10년물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동시에 국내 최초의 10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해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상품 공급에도 나섰다.
국민은행도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주금공 보증 커버드본드를 3천억원(5년·10년물) 규모로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5년물을 3천억원어치 찍었다.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이 더해지면서 원화 커버드본드의 한계는 다소 옅어진 모습이다.
커버드본드는 커버풀 등을 기반으로 상환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발행사 선순위채 대비 낮은 조달금리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은행들이 이미 'AAA' 등급을 받고 있어 커버드본드만의 금리 절감 이점이 옅어졌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으로 이들 커버드본드가 이제 공사채 수준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조달금리 측면에서도 강점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실제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주담대 자산과 커버드본드 부채의 만기 미스매칭 문제를 완화하긴 했지만 중도 상환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중도 상환이 가능한데 이 경우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를 피할 수 없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선 커버드본드가 고정금리 모기지를 활성화할 유인도 충분하다.
한윤식 한국주택금융공사 유동화사업본부장은 "유럽 투자자들은 주로 커버풀의 안정성을 주목했는데 이때 커버풀 자산이 변동금리 모기지로 구성된 것보다 고정금리인 것을 선호했다"며 "결국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발히 이뤄지다 보면 투자자의 니즈에 발맞춰 커버풀의 기반이 되는 모기지도 고정금리 형태로 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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