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인플레이션의 역사 반영
은행 불안·디지털화 속 조달 수단 부각
(포르투=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첫 번째로 고려할 점은 그 나라가 고정금리 모기지인지 변동금리 모기지인지, 아니면 중간 형태인지 등의 여부입니다. 이것은 자금 조달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리처드 케미시(Richard Kemmish) 유럽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컨설턴트는 커버드본드와 주택담보대출의 연관성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커버드본드 시장에서만 20년 이상의 업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커버드본드 콩그레스 2024(The Covered Bond Congress 2024)'에서 다양한 세션을 이끄는 등 시장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 : Invisso
◇저무는 예금 시대, 장기 조달 수단 '커버드본드'
23일 리처드 케미시 커버드본드 컨설턴트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주택담보대출을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는 그 나라가 겪은 인플레이션의 역사"라며 "자금 조달은 채권 시장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사회의 필요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변동이 심한 국가일수록 변동금리 모기지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처럼 최근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은 나라는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를 선호하지만,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했던 나라에서는 변동금리 모기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대신 그는 커버드본드를 은행의 안정적인 조달 수단 차원에서 주목했다. 커버드본드가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매칭될 조달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약화하는 은행의 예금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데 더 방점을 뒀다.
케미시 컨설턴트는 "주택담보대출의 재원 범위는 0부터 100까지 다양하고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며 "그중 많은 부분이 저축률과 시장성 수신(wholesale funding)의 필요성, 은행 규제 등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예금의 변동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만약 은행이 잘못되면 모든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예금은 점점 더 불안정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은행의 가장 큰 조달 재원 중 하나인 예금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커버드본드가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커버드본드는 장기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화도 자금 조달 원천으로 자리 잡았던 예금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온라인 은행은 특히 예금에 대한 가격 민감성을 높이고 있다. 이자율에 따라 고객들의 자금이 타 은행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금리가 펀딩의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은행과의 전통적인 관계도 붕괴하기 시작했다"며 "많은 독일 사람이 부모가 이용했던 은행과 거래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들의 자녀는 온라인 은행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버드본드 싹튼 한국, 투자 활성화 기대
그는 최근 역내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에 나선 한국 시장에 대해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케미시 컨설턴트는 "새로운 나라가 시장에 진입할 때 처음에는 자금을 원해서 시작한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투자하고 싶어 한다"며 "한국과 같이 투자 수요가 많고 부유한 국가가 비유로화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2003년 첫 유로화 커버드본드가 발행됐다. 이어 몇 년 후부터 영국 투자자들은 독일과 프랑스 등의 커버드본드를 파운드화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한국 등 비유럽 국가의 커버드본드에 대한 대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저희가 한국 커버드본드에 대해 좋은 대우(nice treatment)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유럽 커버드본드를 동등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케미시 컨설턴트를 만난 35회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European Covered Bond Council) 총회(Plenary Meeting)에서도 동등성(equivalence)이 화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동등성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커버드본드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개념으로, 최근 비유럽 등 다른 국가의 커버드본드에 대한 규제상 대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분위기다.
케미시 컨설턴트는 "독일 투자자에 대한 규정을 생각하면 유럽 커버드본드는 매우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무담보 채권은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며 현재로서 한국 채권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며 "향후 몇 년간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커버드본드를 규제적으로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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