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성숙 지표, 안정성 높여
인플레이션 영향력↓…시스템 가동 요건은
(포르투=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유럽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시장의 중심에는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 European Covered Bond Council)가 있다. ECBC는 2004년 유럽 모기지 대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럽모기지연맹(European Mortgage Federation) 산하에 설립돼 전 세계 2천여개 은행을 대표하고 있다.
ECBC를 이끄는 루카 베르탈로(Luca Bertalot) 사무총장은 커버드본드가 전체 시스템에 매우 강력한 금융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공급 역시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제공…자산-부채 매칭
23일 루카 베르탈로 ECBC 사무총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커버드본드는 금융 시장의 성숙을 나타내는 신호"라며 "전체 시스템에 강력한 금융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ECBC에 합류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피그스 위기(PIGS crisis), 2020년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금융시장 안정 및 글로벌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위기 시 금융기관이 가장 마지막까지 활용할 수 있는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국가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커버드본드 발행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비상구로도 꼽힌다.
그는 소비자 측면에선 커버드본드가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제공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베르탈로 사무총장은 "예금을 활용하면 매일 상황이 바뀔 수 있어 누군가에게 25년, 30년 동안 모기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7년물 커버드본드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 포트폴리오의 리파이낸싱 위험을 크게 낮춰 안정성을 높이고 자산-부채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로 파산했다.
그는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일상적인 활동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게 한다"고 부연했다.
커버드본드와 모기지의 연관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2008년 분석 당시 커버드본드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모기지가 훨씬 저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모기지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가정생활을 더 쉽게 꾸릴 수 있었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며 "따라서 모두가 커버드본드를 사용한다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안정성 뒷받침, 연쇄 효과 기대도
커버드본드는 유럽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유럽 전체 자산의 1/3이 커버드본드로, 시스템에 안정성을 부여한다"며 "이는 은행이 담보를 제공할 때 매우 안전한 자산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이에 유럽 금융기관은 보증을 제공하거나 중앙은행을 통한 현금 확보 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 사실상 커버드본드가 시장에서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창출되는 연쇄 효과는 덤이다.
그는 "사람들의 안정성이 커지고 경제에 많은 돈을 투입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며 "부동산은 국가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포르투갈을 예시로 언급했다. 포르투갈은 많은 커버드본드를 더해 부동산 부문에 자금을 투입했고 이는 일자리 창출과 양질의 주택 제공, 관광객의 주택 구매, 관광객 유치 등으로 이어졌다.
◇한국, 주목도 확대 및 역내 투자 기반 강화 필요
한국 커버드본드에 대해 그는 '매우 견고하고 잘 구축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베르탈로 사무총장은 "한국은 일반적인 커버드본드 법률을 갖추고 있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발행사"라며 "그래서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한국의 주목도를 높이고 이를 유럽 안팎의 투자자들에게 더 잘 보이게 만들기 위해 여기 있다"고 했다.
한국 시장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ECBC 총회(Plenary Meeting) 등에서 한국의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면 좋을 것"이라며 "일례로 이번 회의에 국제 패널이 있었는데 그곳에 한국 연설자가 있었다면 주목도 등이 더 높았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기꺼이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또 다른 제언은 역내 투자 기반 강화다. 국내 투자자 기반을 견고히 하고 외부 개방으로 호혜성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경우 독일 기관의 투자 비중이 상당하다.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독일 자금이 포르투갈로 유입되면서 유럽의 현금 흐름과 자금 균형이 재조정된다. 장기 투자자가 포르투갈의 우량 자산을 매수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는 다시 투자자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는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을 외부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의 커버드본드 투자 원동력은 규제상의 혜택으로, 이를 만들어 연기금 등 기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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