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MG손해보험 입찰 일정이 돌연 일주일 연기됐다. 지연된 입찰의 배경을 묻는 한 의원실의 질의서에 다수의 원매자가 요청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입찰 일정 연기를 요청한 원매자는 한 곳뿐이었다. 물론 수의(隨意) 계약에서 '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의 거래인지가 더 중요하다.
메리츠화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여러 차례 유찰됐던 MG손보 인수전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기 직전, 그야말로 깜짝 등장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를 품어보겠다는 다소 놀라운 결정은 누군가에겐 '구원'이었고, 누군가에겐 '두려움'이었다.
MG손보 직원들은 금융노조의 입을 빌려 금융당국에 우려를 전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낳을 후폭풍이 만만치 않으리란 걱정이었다. 금융노조를 마주한 금융당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래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돈을 쓴 매수자에게 인도적 차원의 결정을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다. 어느 기업도 땅 파서 장사하진 않는다. 생존권을 외치며 배수진을 친 MG손보 노조는 연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We say growth in Numbers.'
숫자로 증명하는 데 익숙한 메리츠화재에 MG손보의 숫자는 비효율적이다. 메리츠화재는 2천400명 남짓의 인력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을 벌었다. 반면 MG손보는 600여명의 인력이 88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MG손보보다 인력은 고작 4배 많지만, 순이익은 100배 넘게 벌어들인 곳이 메리츠화재다. 자산 규모만 따져봐도 10배 차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도는 지급여력비율 탓에 MG손보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두 조직의 간극은 분명하다.
그러니 고민이 길어질 법도 하다. 오랜 시간 비효율의 효율화를 극대화한 경영을 보여준 메리츠화재에 600여명의 인력은 조정이 필요한 숫자다. 하지만 그 과정은 불 보듯 뻔한 험로다. 당장의 구조조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을 내보내는 게 가장 어려운 곳이 대한민국이다. 최소한 몇 년은 감내해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스스로를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고 말한다. 얼마 전 9년 만에 단행한 희망퇴직은 '만 3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이 제2의 인생을 누릴 기회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메리츠화재는 이를 특별퇴직이라 불렀다. 퇴직은 채용으로 이어졌다. 그간 이렇다 할 대규모 공개 채용이 뜸했던 메리츠화재는 최근 이례적인 신입 채용에 나섰다. 주요 대학에서 채용박람회를 열 정도로 젊은 피를 수혈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퇴직이 채용으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 젊고 활기찬 조직으로의 선순환이었다. 사람이 전부라는 말이, MG손보 인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품겠다고 하니 시장은 궁금하다. 메리츠화재는 무엇을 봤을까. 우려의 목소리는 메리츠화재 안에서도 나온다. MG손보의 보험계약을 메리츠화재 전산으로 옮기는 데만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MG손보를 품는 일이 합리적인지, 합당한 명분을 묻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확고하다. 최우선 가치는 주주의 이익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MG손보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메리츠화재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을 수 있을까. 메리츠의 시간이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메리츠화재 제공]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