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0월8일,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공을 들였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가 한국 시각으로 10월9일 새벽 5시께 결정된다.
2022년 2분기 외환시장 선진화, 외환거래법 개편 방향 발표를 시작으로 3분기 세법개정안, 4분기 외국인 국채투자자 이자 및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기 시행 등 쉼 없이 달려왔던 정부는 추석 연휴에도 한국경제의 상황과 자본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등 IR을 통한 글로벌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기재부, 금융위, 예탁결제원 등 공조 체계도 탄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통상 3월과 9월 반기 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10월로 다소 일정이 밀렸다.
2022년 9월부터 워치 리스트에 올라 있는 한국 채권시장이 단연 관심이다. 네 번째 도전인 이번 리뷰에서 편입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대표적인 채권 지수인 WGBI에 편입되면 대규모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된다. 재정 운용은 물론 시중 금리와 환율 안정에도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3월 FTSE 러셀은 국가 분류 리뷰에서 시장접근성 레벨 1에서 2로 재분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을 와치 리스트로 유지했다. 당시 러셀은 한국 국채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당국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고, 이는 레벨 2로 올라가고 WGBI에 포함될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연계, 외국인투자자 등록제에서 LEI(법인부여 표준화 ID) 변경, 외환시장 개선을 지목했다. 시장접근성 관련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국채 발행 잔액, 국가 신용등급 등 정량적인 부분 외 시장접근성이라는 정성적 자격도 갖추게 됐다.
운명의 날이 다가올수록 이번 편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글로벌 IB들의 견해가 주를 이루지만, 당국 안팎에서는 편입 기대가 강하게 풍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싶다. 그 운명의 날, WGBI와 동시에 발표되는 국내 주식시장의 FTSE 선진지수 자격 유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위기감은 상당했지만, 그동안 쉬쉬해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함께 양대 대표지수로 꼽히는 FTSE에서 국내증시는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며 아직 신흥국지수에 머무르고 있는 MSCI와는 다르다.
미국계 펀드 중심인 MSCI지수와 달리 FTSE는 유럽계 펀드 중심이다. 이 역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분석, 자산배분, 펀드설정 등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FTSE의 주식 국가 분류는 Developed→Advanced Emerging→Secondary Emerging→Frontier로 이뤄져 있다.
선진국지수 탈락 가능성을 암시하는 한국의 와치리스트 등재 분위기는 올해 들어 형성되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에도 국가별 LEI 발급문제가 시장접근성을 낮춘다고 판단했다. FTSE러셀이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던 LEI를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했는데, 필요한 서류 준비 등 주시 포인트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매도 금지 정책도 해외시장 외면 요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볼 때 불합리하다는 게 FTSE의 판단이다. MSCI 역시 공매도 문제를 지적하며 연례 국가 분류에서 한국증시의 시장접근성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이 아시아를 커버하는 호주로 날아가 FTSE를 설득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 초보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자본시장이 세계 상위권 규모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접근성 때문이다. 접근성의 경우 개선방안이 아무리 잘 설계됐더라도 해외 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은 '납득'과 '설득'의 문제인데, 새 지평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동안,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소홀하지 않나 싶다.
우리 국민들조차 '국장보다 미장'을 외치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FTSE 선진국 지수는 정부도, 시장도 놓치고 있는 포인트다. 소외됐다는 지적을 두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MSCI선진국 지수 편입이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애써 외면했다. 된다면 좋겠지만 목표는 아니라는 당국자의 발언이, 시장은 마냥 아쉽다.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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