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영풍·고려아연 공동보유관계 아냐…특별관계자 단정 불가"
"절차 준수한 자기주식 취득은 특별히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워"
MBK "분쟁 일방 당사자 위해 회삿돈 쓰면 안 돼"…시세조종 불씨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이 영풍의 완패로 끝났다.
재판부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이상 이들이 특별관계에 있지 않으며, 자기주식 매입이 회사에 피해를 주는지 여부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영풍이 지난달 19일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2일 기각했다.
특히 재판부는 영풍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가처분의 최대 쟁점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는 공개매수가 진행 중일 때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 이는 공개매수자가 공시한 수량 이상의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으로, 별도매수 금지 조항으로 불린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지분 관계가 있는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별도매수 금지 조항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이후 적대 관계가 됐고 더 이상 영풍과 공동보유자가 아님을 공시해 특별관계자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영풍이 과거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했고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짚었다. 그러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이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 증명돼 특별관계자임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이 고가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영풍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은 절차를 준수하는 한 특별히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자본시장법에는 공개매수 대상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앞서 영풍 측이 향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100만원 이상으로 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매입의 정당성을 강화해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출처: 고려아연]
다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하는 것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시각이 많은 만큼 회삿돈을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가처분 판결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해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보듯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에서 고려아연 측의 법률 대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영풍 측의 조력자는 법무법인 세종과 베이커맥켄지앤케이엘파트너스였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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