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CP 발행 이어 2.7조원 차입 결정
'AA+' 지탱하던 재무안정성, 관건은 사용처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김학성 최정우 기자 =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4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에 이어 1조원 규모의 사모채 발행까지 결정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시장성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실질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을 정도로 높은 재무안정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경영권 갈등을 위해 차입에 나서면서 신용등급을 둘러싼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성 조달로 돌파구, 조단위 차입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2조7천억원 규모의 금융기관 차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자본(9조6천억원)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고려아연의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1조1천888억원이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2조8천885억원까지 늘어난다.
1조원은 사모사채 발행으로 마련된다. 최근 4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사모사채로 시장성 조달 활용도도 높였다.
사모사채의 경우 메리츠증권이 조달 우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이날 1조원 규모의 사모채 조달과 관련된 의결을 마쳤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최근 시장성 조달로 마련한 자금을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기주식을 포함한 공개매수 규모는 최대 2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사실상 무차입 상태에 해당하는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펀더멘탈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경영권이 위협받자 대규모 조달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최대 2조3천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었다.
이어 고려아연은 한층 높은 가격의 대항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MBK파트너스가 주당 75만원에 진행하는 공개매수는 오는 4일 실질적으로 마감한다. 고려아연은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선다. 취득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대규모 조달 속 신용도 영향은
고려아연이 시장성 조달로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이번 사모채 발행에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안정적인 영업실적과 더불어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를 토대로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한 점 등이 신용도를 뒷받침했다.
문제는 신용등급 평정과 함께 조단위 채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지탱하던 무차입 경영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곧바로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 모두 고려아연의 등급 하향 검토 요인 중 하나로 '순차입금/EBITDA'를 꼽고 있다. 기준점은 한국기업평가는 0.5배 초과, NICE신용평가는 0배 상회다.
고려아연의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7천170억원, EBITDA는 6천283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잇따라 늘린 차입금이 경영권 분쟁에 활용될 경우 하향 검토 요인을 충족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고려아연이 그동안 채권 등의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등급 하락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지난달 4천억원 규모의 CP 발행 전까지 시장성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에서는 기존 투자자 또한 없다. 1조원 규모의 사모채 역시 메리츠증권의 주도 아래 소화된다.
다만 경영권 방어로 고려아연의 재무 부담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국내 신용평가사는 고려아연의 차입금 사용처를 주시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사모채가 단기자금 차입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면서 순차입금 증가 추이를 지쳐보는 모습이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사모채 발행 자금이 어디에 쓰일지는 확정이 안 된 데다 해당 자금이 단기차입금 상환 등으로 쓰일 경우 순차입금 증가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며 "지표 변화가 곧바로 신용도 조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이 될 때 진행되는 것이기에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입 자체가 재무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진다기보단 그 차입금의 사용처가 중요하다"며 "경영권 분쟁 등으로 재무지표가 악화할 경우 신용도 측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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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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