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보험개혁회의 논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오랜 시간 유명무실했던 보험사 상품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보험대리점(GA) 등 판매 채널을 통해 시책 등을 활용해 불공정한 판매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차익거래도 금지된다.
내년 7월 책무구조 도입을 앞두고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내부통제 역량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험산업 건전경쟁 확립방안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3일 밝혔다.
최근 보험업계는 단기성과 위주의 상품 판매로 향후 건전성과 소비자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품을 판매한다는 불건전 경쟁 이슈가 제기돼왔다.
특히 과도한 보장은 보험상품 판매시 보험금 지급기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장금액만 강조하는 등의 불완전판매가 우려되고,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한도를 최대 1억 원 수준까지 올리거나, 130%를 웃돌았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100만원을 호가하는 독감보험 보장금액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도입된 IFRS17은 이같은 불건전경쟁 문제가 늘어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과거 회계상 사업비 부담을 인식하는 기간이 기존 7년에서 전 기간으로 확대되고, 최선추정 가정의 자율성 속에서 단기성과에 유리한 계리 가정을 설정하는 경쟁 체제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이 결국엔 보험사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손보사의 독감보험 손해율은 29.2%(1분기)에서 543.6%(4분기)으로 급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손보사의 1인실 입원일당 손해율도 47.3%(23' 2분기)에서 229.7%(24' 2분기)로 오르기도 했다.
◇ CRO·CCO도 상품위원회에…차익거래는 全보험계약 기간 금지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보험사의 상품위원회에 상품 담당 임원 외 CRO, 준법감시인, CCO의 참여를 의무화해 보험상품 내부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상품위원회는 불완전판매 가능성 뿐만아니라 보장한도, 환급률 등 모든 중요사항을 심의해야 한다. 판매 이후 부실상품으로 인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고, 부적정한 판단이 설 경우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더불어 해당 내용은 대표이사에 부고하고 의사록 등의 회의자료는 10년 이상 보관이 의무화된다.
보험개발원이나 독립 계리업자를 통한 보험상품 외부검증도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해지율 등 구체적인 검증 항목에 따라 표준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계리사회는 각 계리법인의 보험료와 위험료 검증 수준 등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업무실적, 전체 인력 수 등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 상품의 보장금액 한도 선정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최근 보장금액 한도 경쟁을 유발했던 운전자보험의 변호사비용과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입·통원·간병일당, 독감보험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담보 등은 기초서류에 보장금액의 한도를 선정한 가이드라인 근거를 기초서류에 적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험 계약의 차익거래도 이제는 어려워진다.
차익거래는 판매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은 계약으로 사실상 허위계약을 유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통상 GA 등의 채널에서 선지급 방식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제공하는 차익거래를 막고자 기존의 1차년도에 불과했던 금지 기간을 보험계약 전 기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존 3~6개월에 불과했던 보험상품의 배타적 사용권 보호기간을 1년에서 최대 1년6개월까지 확대해 다양한 신상품 개발 경쟁이 가능하도록 했다.
◇ 3년래 준법감시 인력 '불티'…경영진 성과보수도 손본다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에 공들여온 금융당국은 최근 GA나 플랫폼 등 상품의 판매 채널 리스크 관리도 보험사의 내부통제 영역으로 봤다.
특히 IFRS17 도입으로 단기성과주의식 과당경쟁이 격화하면서 보험사의 내부통제가 취약하다는 비판도 많아 금융사고 예방 지침을 마련하고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규율도 명시화하기로 했다.
우선 소비자와 금전거래, 자산운용, 외부 업체와의 계약 등 금융사고 위험이 큰 고위험업무 담당직원은 5년 이상의 연속근무를 금지하고, 연 1회 이상 명령휴가를 실시토록 했다.
보험사는 준법감시 조직을 강화하고차 오는 2027년에는 임직원의 1%를 해당 인력으로 확충해야 한다. 준법감시 전문가는 관련 업무 경력이 3년 이상으로, 관련 인력의 절반은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석사 이상의 학위, 관련 업무 경력을 5년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PF대출에 대해선 지급과 상환 계좌를 사전에 지정하고, 자금인출요청서를 받을 때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거액의 송금 등 금융사고 위험이 큰 자금거래는 별도의 자금집행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 경쟁 등이 지속되면서 보험사기와 도덕적 위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가 취약했던 만큼 그간 시행된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도 명시적 규제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담보별 보장내용과 한도 등에 대한 보험사기 영향도 평가를 실시하고, 담보별 보장금액 한도를 설정할 때 도덕적 위험을 고려해 타사를 포함한 기존 체결 계약의 보장금액 한도도 합산토록 했다.
또한 사망보험금 30억원 이상이거나 계약건수가 4건 이상인 고위험 청약건의 경우 보험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특별 인수심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다만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무리한 사고 조사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당한 보험금은 신속히 지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시행령 개정에 따른 감독규정과 시행세칙 세부안도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를 조사할 경우 국토부 등 자료요청 범위를 확대하고, 신속한 보험사기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세부 절차도 마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향후 보험사 내부통제와 관련해 경영진의 과도한 위험 인수를 사전 예방하고자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과 단기성과주의 중심의 경영·영업관행을 바꿀 경영진 성과·보상체계 개선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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