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기업 경영권 분쟁에 또다시 국민연금이 소환되고 있다.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를 향해가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은 2조원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쟁탈전을 시작했고, 최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자사주 공개매수로 맞불을 놨다.
국내 알짜기업을 두고 양측이 1%포인트(P)도 안 되는 근소한 지분율 싸움을 이어가면서, 고려아연 지분 162만375주(7.88%, 올해 6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언급된다.
비철금속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 대표 기업인 고려아연이 사모펀드를 통해 외국 기업 손에 넘어갈 우려가 있으니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근거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안건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특정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기 부담스럽다. 공개매수를 통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 시도는 자본시장에서 허용된 하나의 기법이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시도로,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과의 대화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애매하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을 수행하는 사안은 배당정책, 임원보수한도, 법령상 위반 우려, 지속적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 중점관리사안과 ESG 가치 훼손 행위 등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으로 나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ESG 컨트러버셜 이슈가 발생했다고 본다면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으로 취급할 수는 있다. 앞서 MBK는 고려아연이 비정상적인 기업 의사결정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금본부가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다 ESG 컨트러버셜 이슈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서 'ESG 컨트러버셜 이슈 중대성 평가' 대상인지 결정한 뒤 비공개대화 대상기업으로 확정하는 식이다.
다만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문제가 ESG 컨트러버셜 이슈라고까지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 국민연금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점은 주총 안건이 상정되고 나서다. 회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편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대한항공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서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경영진을 바꾸는 판단은 실익이 없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고려아연과 관련한 논쟁도 관심 사안인 만큼 수책위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전문위원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과반수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애국심에 호소하는 경영권 분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요인 중 하나였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인 만큼 시장의 메커니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다만 사모채 발행에 앞서 고려아연이 'AA+' 신용등급을 받았다는 건 MBK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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