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초박빙 양상을 이어가자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최근 공화당 측에서 강력하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사안은 미국 시민권이다. 미국 이민국(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이 시민권을 승인해주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는데 이는 더 많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민주당의 '작전' 아니냐는 게 공화당 진영의 불만이다.
미국 연방 선거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만 투표할 수 있다. 영주권이 있는 것만으로는 투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민자는 참정권을 얻고 법적으로 완전하게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시민권을 얻고자 부단히도 애를 쓴다. 합법적인 신분을 가진 이민자들도 시민권을 얻기 위해 통상 몇 년의 시간을 인내한다.
다만 공화당의 지적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 바이든 정부 들어 시민권을 발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근 10년래 가장 빨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으로 미국 시민권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개월까지 단축됐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1년 중반 11.5개월까지 걸렸던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11.5개월은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4.9개월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수치도 아니다. 10년 전인 2014년에도 시민권 신청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4.9개월이었다. 따지고 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평균 4.9개월이던 시민권 신청 처리 속도가 트럼프 정권 때 약 1년까지 늘어났다가 다시 오바마 시절 평균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출처 : 미국 이민국(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공화당의 지적처럼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시민권 신청 처리 속도를 높였다고 보는 것도 애매할 수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맹위를 떨치면서 미국의 모든 행정 업무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잦아들기 시작한 2022년 후반부터 시민권 신청 처리 속도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약 10개월이던 시민권 처리 시간은 2023년 중반 무렵 6개월 수준까지 줄었다. 이후 올해 중반까지 1년에 걸쳐 처리 시간은 1개월 정도 더 감소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민권 미처리 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줄이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LA타임스에 따르면 국토안보부의 나리 케투다트 대변인은 지난달 말 "선거나 다가올 대선에 따라 (시민권 처리 속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이민 추세와 체계를 분석하는 기관 바운드리스(boundless)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시민권 신청 미처리 건수는 거의 94만3천건으로 급증했다. 미국 연방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지난 4년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의 수는 약 400만명에 달한다.
민주당 측은 시민권 발급 속도를 정상화했다고 해리스에게 특별히 유리한 것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LA타임스는 "2020년 대선 당시 투표자가 총 1억5천800만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년 연평균 100만명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권을 새롭게 획득한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늘어나느냐는 대선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경합 지역에선 불과 1만표 차이로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내셔널파트너십포뉴어메리칸(NPNA)의 니콜 멜라쿠 대표 이사는 "애리조나에서는 1만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겨우 1만457표 차이로 신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율은 오르고 있다"며 "귀화한 사람들이 올해 대선에 관여하게 된다면 그들은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작전'이라고 공격하는 배경에는 이민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깔려 있다. 통상 이민에 더 우호적인 민주당이기 때문에 시민권을 얻는 사람은 민주당으로 기우는 경향이 확인된다.
NPNA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주요 경합 주(swing states)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귀화한 시민의 97%는 이번 대선에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76%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4%는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미국의 귀화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공화당의 지적이 음모론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 들어 시민권 처리 속도가 빨라진 점은 적어도 해리스에게 '실'이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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