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기술력 격차 꼽혀…회계연도 차이도 영향
메모리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부진이 컸다는 시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반도체 업황 둔화와 회사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최근 '깜짝 실적'을 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 그 이유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 매출이 79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분기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시장 전망치를 1조원 넘게 밑돌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의 예상 밖 부진은 최근 실적을 공개한 경쟁사 마이크론과 대조를 이룬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등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분석가들의 예측을 상회하는 향후 전망(가이던스)까지 내놓으며 마이크론의 주가는 다음날 하루에만 15% 올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분위기가 갈렸던 원인 중 하나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차이를 꼽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에 비해 HBM 시장 점유율 자체는 낮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큰손인 엔비디아에 최신 제품을 공급하는 등 기술력은 한층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연합인포맥스에 "삼성전자는 지금 HBM3E 8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마이크론은 HBM3E 8단을 메모리 3사 중 제일 먼저 성공했던 만큼 기술적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자사의 HBM3E 12단 36GB 제품이 경쟁사의 HBM3E 8단 24GB 제품 대비 전력 소모는 20% 적고, 용량은 50%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대상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히며 아직 엔비디아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올해 3분기까지 제출해 평가받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한층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연말까지 평가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출처: 마이크론]
아울러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기대 이하로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 메모리보다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부문) 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3분기 적자 규모를 1조3천억~1조4천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는 "비메모리 사업부의 가동률이 올라오면서 손익분기점 수준 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적자가 오히려 확대됐다"며 "엑시노스가 내년부터 (삼성전자 주요 제품에) 안 들어간다고 해서 충당금도 쌓고, 파운드리 고객사 쪽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다른 회계연도를 사용하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는 8월에 끝난다.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도 6~8월의 실적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12월 결산법인으로 이번에 발표한 3분기 실적이 7~9월의 성과다.
지난달로 접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고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9월 실적을 포함한 삼성전자가 보다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이 있었다"며 "일회성 비용과 환율도 실적을 하락시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명의로 공개한 메시지에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 데 대해 사과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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