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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권의 쿰파니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밸류다운

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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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방식 자사주 매입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10.2 uwg806@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그룹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K는 3조6천억원을 투입하고, 이에 대항하는 고려아연은 3조1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경영권을 사수한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살벌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누구도 덤빌 수 없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단단히 잡는 것이다.

방식이 바이아웃(Buy-Out)이 됐건,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가 됐건 M&A는 기업에 여러 순기능을 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M&A는 흔한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에선 M&A를 바라보는 양면성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오너체제가 여전히 강고한 상황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사모펀드의 기업약탈이냐, 외부의 힘에 의한 지배구조개선이냐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다.

산업과 자본시장의 발전에 따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신사업 확장과 사업 지배력 확대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M&A를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너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진행된 M&A가 태반이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지만, 어떤 의사결정에 따라 M&A가 성사됐는지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M&A의 성공은 오너의 경영 능력을 높여주는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실제 사업역량을 확장하는 순기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결국 주주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MBK의 공개매수는 오너에 의해 추진돼 온 바이아웃 방식의 M&A에 견줘 주주 선택권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력 간의 치열한 경쟁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확장된다면 더없이 좋다. 사실 주주들은 누가 경영권을 차지하는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좀 더 나은 경영지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최종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러한 내용들은 매우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경우에 한한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우선 경영권 분쟁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 공격을 시작한 영풍그룹도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도 왜 이렇게까지 돈 싸움을 벌이고 있는가이다.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매출만 10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의 과점기업이다. '알짜 중의 알짜'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곳이다. 그런데 1949년부터 시작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동업이 3세로 내려오면서 결국 사달이 났다. 서로의 경영방식과 전략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비롯된 감정싸움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풍그룹은 결국 막강한 돈을 가진 사모펀드를 끌어왔고, 이에 맞서겠다면서 고려아연은 수조원의 빚을 내 자사주를 매입하는 상황까지 왔다. MBK를 비난하던 고려아연도 결국 글로벌 사모펀드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주력 사업을 더 키우고 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부채를 일으키는 기업들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재무적 부담이 기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2조원이 넘는 빚을 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사실 한국적 오너 지배구조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한때 죽을 때까지 의리를 변치 말자며 동업에 나섰던 두 집안이 '묻고 더블로'를 외치며 죽자고 싸우는 꼴이다.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단면이다.

66만원에서 시작된 공개매수 가격은 75만원으로, 또다시 83만원으로 높아졌다. 그에 맞춰 주가는 뛴다. 주주들은 과연 이런 상황이 좋을까.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가격 변동성이 예측치를 넘어서면 늘 사고가 터진다. 주주 선택권을 확장하고 건전한 경영권 분쟁을 통한 기업 가치개선의 순기능은 이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간 듯하다. 누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지에 대한 각종 분석과 평가만 난무한다. 제한된 정보로 변동성을 그대로 흡수해야 하는 주주들은 투기 거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비정상적 돈 싸움이 결국은 밸류업을 밸류다운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 거래로 알짜 주식이 '잡주'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금융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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