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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BI 숨은 조력자 예탁결제원…18개월간의 물밑 사투

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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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SD·5개 정부 당국 사이 '중간 다리'…ICSD 요구 83% 수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6월 한국예탁결제원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되면 9월 한국 국채는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국채통합계좌 개통'을 지목했다. 물밑에서 조용한 역할을 했던 예탁결제원이지만, 실제는 '키 맨'이었다. 예탁결제원이 해내면 WGBI도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면 WGBI 편입 기회도 날아갈 수 있었다.

빠듯한 마감 시한이었다. 깐깐한 국제예탁결제기구(ICSD)가 요청한 42건의 개선사항은 국세청,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5개 정부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었다.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는 업무협약부터 국채통합계좌 개통까지 3년 1개월이 소요된 일이다.

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혼자 상대하면서 '속도'까지 잡아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 예탁결제원은 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업무협약을 맺은 지 단 18개월 만에 이뤄냈다.

지난 한 해 동안 ICSD와 각 정부당국 사이 '의견 조율자' 역할을 자처한 예탁결제원이 ICSD의 요청사항 중 35건(83%)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그 결과 FTSE 러셀은 9일 한국 국채를 WGBI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ICSD·5개 정부 당국 사이 '중간 다리' 수행한 예결원

예결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설득해 외국인 투자자 비과세 신청 절차 간소화, 각종 영문 서식 마련, 보고서식 ISCD 직접 서명 의무 완화 등을 이뤄냈다.

사모도 공모처럼 국외투자기구가 실질귀속자(BO)로 신청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자 비과세 신청 절차를 개선하는 세법 개정은 내년 1월 완료될 예정이다.

한국은행에는 역외 레포(Repo) 거래 보고 의무 완화, 투자자 국적 정보 대체 등을 요구한 결과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업무 취급 절차 개선을 끌어냈다.

역외 담보 거래를 허용하고, 담보권 실행 내역 즉시 보고 의무를 폐지하기 위해서 금융위, 금감원과도 협의했다.

예탁결제원 자체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180회가 넘는 한국과 유럽 간 영상회의 워크숍을 진행하며 예탁결제원과 ICSD 전산시스템의 실시간 연계를 구현했다.

일본 4회, 홍콩 3회, 싱가포르 2회, 런던 1회 등 총 10차례 글로벌 투자자 대상으로 국채통합계좌의 특장점을 홍보하기도 했다. 국채통합계좌 개통을 앞둔 6월 11일에는 기획재정부, 예탁결제원, 유로클리어가 합동 웨비나를 열기도 했다.

◇모든 문제 해결한 '국채통합계좌'…일평균 488억원 거래

한국 국채투자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인 예탁결제원의 국채통합계좌가 없었다면,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에 투자하려면 외국인투자등록, 상임대리인 및 보관기관 선임, 국내 직접 계좌 개설 등이 필요했다. 로컬 수탁은행을 통해 국내에 개별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환전, 매매, 관리까지 맡겨야 했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 폐지 등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예결원이 지난 6월부터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면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채통합계좌를 활용하면 외국인투자등록, 상임대리인 및 보관기관 선임, 국내 직접 계좌 개설 등이 불필요해진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채 투자 접근성도 대폭 강화됐다. 로컬 수탁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외국인투자자들은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두 기관이 예결원에 개설하는 국채통합계좌로 환전과 매매, 보관, 관리까지 가능하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채통합계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적격외국금융회사(QFI) 제도를 통해 현재보다 간소화된 절차로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31개 글로벌 투자지관이 국채 투자 비과세 신청을 완료했다. 또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독일 중앙예탁기관(CBF), 씨티은행, BPSA, 씨티그룹글로벌마켓, 국태군안증권 등 7개사가 QFI 자격을 승인받았다.

국채통합계좌를 통해 9월 말까지 20개 글로벌투자기관이 국내·역외에서 각각 1조4천294억원과 1조6천937억원 등 총 3조1천231억원을 거래했다. 일평균 488억원 규모다.

◇예결원 "국채통합계좌 이용 확대 주력"…끝까지 책임진다

예탁결제원은 앞으로 국채통합계좌 이용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는 예탁결제원,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임원진이 참가하는 국채통합 고위급 위원회도 출범했다. 국채통합계좌 활성화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올해 4분기에는 ICSD와 공동으로 홍콩, 싱가포르, 미주 등 QFI 자격 취득 없이 비과세 신청만으로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IR)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채통합계좌 이용 절차와 혜택을 집대성한 영문 자료도 제작하고 있다. 이달 ICSD, 글로벌 투자기관 및 국제증권단체 등 이해관계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양대 국제예탁결제기구와 국채통합계좌 동시 구축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경우"라며 "한국 국채가 국내를 넘어 역외에서 외국인 투자자 간 활발하게 거래되고, ICSD의 담보관리서비스 대상에 포함돼 한국 국채 유동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촬영 안 철 수] 2024.9.15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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