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7조 차입해 자사주 공개매수…MBK도 차입금 동원
경영권 분쟁 끝나면 고려아연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 높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기주식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고 매수 수량까지 확대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다만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대부분 차입금으로 마련하면서 회사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인 MBK파트너스도 인수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이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만큼 분쟁의 승자가 누가 되더라도 고려아연의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11일 자기주식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물량을 15.5%에서 17.5%로 확대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규모는 2조6천635억원에서 3조2천245억원으로 21%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 규모 확대에 필요한 재원(5천610억원)의 대부분인 4천910억원을 추가 차입으로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려아연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금액을 늘렸다. 부담하는 금리는 각각 최소 고정금리 5.5%, 최초 변동금리 4.67%다. 만기는 9개월, 1년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을 인수자로 1조원 규모의 사모 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때 금리는 6.5%였다. 같은 만기의 공모채를 발행했을 때 부담했을 금리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렇듯 대규모 단기 차입을 일으킴에 따라 고려아연의 재무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분쟁이 있기 전만 해도 고려아연은 실질적 무차입 상태의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신용등급도 최우량등급에 한 단계 모자란 'AA+(안정적)'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목표 수량대로 취득해 소각할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 37%에서 86%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기존 공개매수 가격(83만원)과 물량(15.5%)을 전제한 것이었다.
매수 조건을 조정한 만큼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당초 전망치보다 높아질 예정이다.
예상에 없던 현금 유출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만큼 고려아연 본업에 대한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출처: 고려아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되더라도 회사의 재무부담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을 사들일 때 막대한 차입을 일으키는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MBK파트너스 역시 SPC가 인수금융을 마련할 전망인데, 이 경우 이자비용 충당을 위한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면 배당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평은 "MBK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FI)인 점을 감안할 때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금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려아연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한 달 동안 이어지면서 사업 안정성 저하와 관련한 우려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신사업 투자 계획 등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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