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 수용
검찰 "로직스, 에피스 출범 초부터 공동지배" 주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원심과 행정법원은 지배력 판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이들의 판단과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12~2014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등을 부당 합병·부정 회계 등 19개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14일 항소심 재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인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행정법원이 문제없다고 본 부분도 오류라고 지적한 것이다. 유죄 주장의 근거를 더 탄탄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이날 공판에선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관련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오후 2시 시작한 재판은 오후 6시30분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추가 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행정법원이 로직스의 회계 부정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1심 판결을 하자 해당 내용을 반영해 지난달 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행정법원의 판결이 형사 재판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촬영: 유수진 기자]
재판서 논의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2012~2014년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한 게 맞는지'와 '2015년에 로직스가 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둘 다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피고 측 변호인은 '맞다'며 맞섰다.
검찰은 로직스가 2015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에 대해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강행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로직스는 2012년 에피스가 출범했을 때부터 단독지배를 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다. 2대주주인 바이오젠과 합작 계약을 체결해 공동지배하는 입장이었다는 것.
공동지배의 근거로는 합작 계약상 로직스가 바이오젠을 배제한 채 경영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통상 소수 지분권자가 가질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은 만기 전이라면 언제든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었고, 콜옵션 행사 시 에피스 지분율이 50%-1주까지 치솟는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주총 가결요건이 52%라 잠재적 의결권을 고려할 때 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었다. 로직스가 지분율과 이사회 내 이사 수에서 우위에 있긴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지배로 보는 게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원심은 물론 행정법원의 판결과도 차이가 있다. 앞서 1심은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봤고, 행법은 단독지배 판단이 회계 처리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로직스는 애초에 단독지배를 하지 못했으므로 상실할 지배력이 없다. 즉, 지배력 관련 회계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로직스가 회계를 변경했다는 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없다면 회계 기준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은 피고 측이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 허가 권고가 지배력 상실 이벤트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행정법원의 판단을 들어 반박했다.
"행정법원은 2013년 임상 진입으로 사업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 걸 예상할 수 있어 CHMP의 권고가 중대 이벤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품질 동등성 확보가 핵심이라 임상 과정에서 실패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증인과 업계 전문가, 식약처의 동일한 입장"이라면서다.
그러면서 "로직스와 바이오젠간 계약 관계는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5년 말까지 아무런 변경이 없다"며 "콜옵션 등 합작 계약 내용,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은 사실, 콜옵션 내가격 사실이 모두 동일한데 이유 없이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모순적"이라고 했다.
피고 측 변호인들은 검찰 주장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다. 당초 검찰이 공소사실과 의견서에서 단독지배 가능성을 인정했다가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공동지배라는 상반된 논리를 펴는 것을 꼬집었다.
한 변호인은 "검사와 금융당국이 서로 상충하는 논리인 공동지배와 단독지배를 오가며 주장을 펴고 있다"며 "회계기준 위반이란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필요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4년까진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공적 안착 여부가 불확실했고 장래 매출 및 양의 현금흐름 창출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2015년에 제품 판매를 승인 받은 후 2016년 이후 매출 상승 및 현금 창출이 이뤄졌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제서야 실질적 권리가 됐다"고 반박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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