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금융서비스산업의 역사에서 스캔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돼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가 저서 '위험한 은행'에 적은 문장이다.
사이먼 존슨 교수는 다론 아제모을로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정치·경제 제도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공로가 컸다.
셋 중 사이먼 존슨 교수는 금융전문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올해 노벨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저서는 지난해 아제모을로 교수와 저술한 '권력과 진보'다. 하지만 2010년에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의 곽유신과 쓴 '위험한 은행(원제는 13 Bankers)'도 대표작이다.
한국어 번역판에는 '대형 은행이 야기한 경제재앙의 참담한 실체'라는 부제가 붙었다. 워싱턴 정가·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유착관계와 금융위기의 전말을 해부한 책 내용을 요약한다.
책은 상업은행(Commercial Bank)만이 아니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메릴린치 등 투자은행(Investment Bank)도 다룬다. 제목을 '위험한 증권사'로 부를 만도 하다.
국내 증권업의 역사에서도 스캔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돼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신한투자증권이다. 1천300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신한투자증권에서 터졌다. 지난 8월 초 법인선물옵션부에서 시장 급락 중에 대규모 손실을 냈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를 벗어나는 파생상품 매매 때문이었다. 손실을 감추는 허위 스와프 거래 등록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시장은 경악했다.
8월 초 급락장 때 하나증권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처럼 파생상품 관련 이슈였다. 당시 하나증권 클럽원WM센터 등에서 판매된 옵션 알파 랩 가입자 대다수가 대규모 손실을 봤는데, 고객들은 판매자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데다 운용역의 급락장 대응도 미흡했다고 성토했다.
한 가입자는 "하나은행 분당지점에서 안전하다고 하는 상품에 가입했는데, 담당 운용역은 계약서를 쓸 때만 얼굴을 잠깐 비추기만 했다"며 고객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하나증권은 수백억 원대 소송에 휘말리게 됐고, 신한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의 자금운용 과정에서 위법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게다가 금감원은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파생상품 거래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신한투자증권 외 26곳 증권사·운용사에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손실을 은폐한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고 보고하라는 요구다.
사태가 매듭지어지면 금융투자업계가 어떠한 식으로든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규제가 추가될지도 모른다.
존슨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드-프랭크법이라는 금융개혁법안을 만들어냈다고 책 끄트머리에 설명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금융 범죄 사례들은 새로운 규칙의 집행을 불러왔으며, 그 결과 은행들은 과거에 누려온 혜택을 예전처럼 쉽게 누릴 수는 없게 됐다"는 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지적이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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