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발행물량만 최대 1.2兆…후순위채 전년대비 두 배 늘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이 오히려 자본비율은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자본증권을 발행해 선제적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IFRS17 도입 이후 더 강해지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자본의 효율적인 활용을 억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내달 4일 2천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3.7~4.4% 금리밴드를 제시한 이번 발행 물량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천억 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롯데손해보험도 내달 최대 2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발행금리 밴드 상단을 6.2%로 설정해 투자자들을 공략한다.
교보생명은 3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내달 5일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최대 6천억 원까지 발행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극적으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왔다.
특히 지난 8월까지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는 3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발행 시장을 찾는 이유를 단연 지급여력비율(K-ICS·이하 킥스)에서 찾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217.3%로 전분기(223.6%) 대비 6.3%포인트(p) 하락했다. 생보사는 212.6%로 전분기 대비 10.3%p, 손보사는 223.9%로 0.8%p 떨어졌다.
업권의 평균은 200%를 넘지만 이는 일부 국내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외국계 보험사들의 수치가 높아서 산출된 착시다. 개별사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2분기 들어 두 자릿수 대의 낙폭을 보인 보험사들이 많았다. 매각을 진행 중인 ABL생명과 MG손보는 경고조치 적용 후로도 감독당국의 권고치조차 넘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올해 발행 금리가 다소 높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보완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비용이 덜 드는 후순위채 발행도 유독 많았다.
과거 RBC 체제에서 보험사의 이익은 즉시 자본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의 평가가치가 상승해 더욱 이익이 보탬이 됐다.
하지만 킥스 체제에서는 계약자의 사망과 재해, 시장 금리 등 보험사가 위험에 대비해야 할 요구자본이 상대적으로 커서 늘어난 순익 대비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덜하다.
여기에 IFRS17 도입 이후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킥스 비율을 떨어트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초 IFRS17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보험사 간 실적 경쟁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일괄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지만, 전반적인 규제 로드맵이 보험사의 자본 관리를 옥죄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내년부터 최종관찰만기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변경해 적용하는 것과, 장기선도금리(LTFR)를 올해보다 25bp 인하하는 것도 보험사에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간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할인율 산출기준을 개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주도의 규제 로드맵이 강해지고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는 난감해졌다.
무엇보다 금리 하락기에 보험부채 할인율은 낮아지면 부채가 늘어나고, 결국 이는 가용자본을 줄여 보험사의 킥스 비율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지난 8월에도 같은 등급의 회사채 대비 100bp 정도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요를 잡았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보험사들은 금융비용이 더 들더라도 증액 발행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로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 곳간을 채우고 있지만, 이 역시 마냥 효율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선 결국 시장에서 '대출'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높은 이자 비용을 감내하며 킥스 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사상 최대이익이라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보험사 재무담당 임원은 "현재로서는 돈이 있는데도 발행을 해야하는 구조다. 돈 잘 벌고 성장하는 보험사도 킥스가 하락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발행 시장에서 금융비용을 쓰는 상황"이라며 "규제나 금리 환경을 고려하면 요구자본이 앞으로 더 급격히 늘어날 게 뻔하다. 이익은 느는데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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