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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수 제한' 없는 고려아연, 정관이 발목 잡나

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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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의결권 우위 땐 이사 무더기 선임해 이사회 장악 가능

코스피 시총 30위 기업 중 3곳만 상한 규정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과 최윤범 회장 사이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마감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표 대결로 옮겨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대기업으로는 드물게 정관에 이사 수 상한 규정이 없는데, 이것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4일 고려아연 정관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이사는 3인 이상이어야 하지만 상한 규정은 없다. 이론적으로는 100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는 13명이다. 장형진 기타비상무이사가 MBK파트너스와 손잡았음을 감안하면 MBK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1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야 하는 셈이다.

MBK 연합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38.47%를 확보했다. 우호 세력을 포함해도 최윤범 회장 측을 앞선다. 양측은 추가 의결권 확보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만약 고려아연 정관에 이사 수 상한 규정이 있었다면 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컸다.

예를 들어 고려아연이 이사의 수를 13명 이하로 제한했다면 MBK 연합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를 추가 소집할 수 없다. 또 내년 3월 고려아연 이사 5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에도 이사회 과반 차지가 불가능하다.

투자를 집행하고 나서 인수 후 통합(PMI)과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서는 절대 원하지 않을 결과다.

김현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수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관에서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 두는 것은 방어전략의 하나"라면서 "기업 매수자는 기존에 선임된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든 정관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든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30위 기업 가운데 정관에 이사 수 상한이 없는 기업은 고려아연과 포스코퓨처엠[003670], 크래프톤[259960]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홀딩스[005490]가 60% 지분을 가지고 있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다.

KB금융[105560]은 이사의 수를 30명 이하로 한다는 특이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려아연이 정관으로 이사 수에 상한을 두지 않은 것은 영풍의 정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풍도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정관에 이사 수 상한 규정이 없다.

1949년 설립된 영풍은 1974년 정부의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조성 당시 아연 제련 사업자로 선정돼 고려아연을 세웠다.

이때 고려아연을 설립하면서 영풍의 정관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평상시 사업 협력을 하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는 이사 수 상한 규정이 없는 것이 편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최윤범 회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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