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G20 동행기자단]
(워싱턴=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한국은행이 경기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경기 상황을 어렵게 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강하게 반박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통화 정책은 비난하기 쉬운데, 이유를 들어서 비난해야 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분기 전망 빗나간 한은…"일희일비 말아야"
한은은 지난 8월 처음으로 분기별 경제 전망치를 발표했다. 전망 주기를 짧게 하며 통화 정책 투명성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은의 첫 분기 예상은 크게 비껴갔다.
한은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로 전망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0.4%포인트(p) 낮은 0.1%였다.
이 총재는 "크게 틀렸으니 비난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그는 분기 예측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워낙 크다고 항변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예상한 연간 성장률 2.4%가 2.2%나 2.3%가 된다고 하면 크게 바뀌었다고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분기 숫자는 연간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분기별 전망을 발표하며 오히려 시장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투명성을 제고해 시장에 올바른 정보를 주고 어떤 게 틀렸는지를 얘기하다 보면 다음 금리를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자료가 없으면 못 하는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예시로 자영업자가 어렵고, 내수가 침체하니 미리 낮추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문제는) 내수가 아니라 수출이었다"며 "자료의 변동성을 처음 보는데, 일희일비하거나 과잉 반응하지 말고 해석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한은을 비난했던 기관들이 전망했던 숫자와 비교해보면 그나마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실기론'에 "환자 아프게 만들고 약 주는 것"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실기론을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는 "'금리를 미리 많이 올렸으면 지금 내리면서 효과를 많이 봤을 것'이란 그룹과 '7월부터 금리를 낮췄으면 경기가 좋아지지 않겠냐'는 그룹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첫 번째 그룹은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놓고 약을 쓴 다음 명의라고 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미국은 고정금리라 효과가 없지만, 우리는 모기지가 변동금리라 금리를 올리면 가계도 힘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터지면 위험하다"며 "자영업자는 죽게 만들고 부동산 PF는 팍팍 망가트려 놓고, 그다음에 금리를 낮춰서 '이제 좀 덜 힘들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그룹에 대해선, "심각한 의미가 있는 비판"이라며 "반드시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화정책을 할 때 금리만 볼 것이냐, 금융안정과 환율도 같이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며 두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먼저 이 총재는 "금리를 지난 7월부터 내렸으면,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원까지 늘어나고 서울 부동산 값이 올라갈 때는 어떻게 됐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금리를 낮추지 않고, 정부가 거시 안정성 정책을 하면서 10월에 (부동산이) 많이 내려갔다"며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금리를 무조건 낮췄으면 부동산 가격 등이 잡혔겠냐"고 했다.
아울러 최근 급등하고 있는 환율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요새 환율을 보니 천천히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왕창 내렸으면 지금 환율은 1,380원이 아니라 더 올라가서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보수적으로 내려놔서 이 정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은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금까지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했지만, 순간순간 뭐라고 하면 다시 '한은사(寺)'로 돌아가자는 사람에 힘을 줄 것이다"며 "칭찬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1년쯤 지난 다음에 결과를 보고, 못했으면 혼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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