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삼성만' 덮친 반도체 겨울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 경제ON 취재파일 241029[https://youtu.be/89coXUEIs4E]
※ 이 내용은 10월 29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삼성전자[005930]가 시장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며 오늘은 주가가 2% 넘게 오르긴 했는데도 경계감은 여전한 분위기인데요. 삼성전자의 현 상황과 전망 산업부 유수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실적발표 내용부터 한번 되짚어 주시죠.
[유수진 기자]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은 9조1천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원래 잠정실적 발표 땐 매출과 영업손익 외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데요. 이번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를 함께 배포했습니다.
화면 보시면 "메모리 사업에서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견조했다"면서도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이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였단 가이드를 시장에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 줄에 있는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은 아직 엔비디아에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네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 5세대 HBM이죠.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하반기 중 12단 제품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는데요. 결국 3분기 중 주요 고객사, 그러니까 엔비디아 납품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간 삼성은 외신 등을 통해 납품 추정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부인해왔었는데, 이번에 직접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인정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렸다시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땐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데요. 이 때문에 반도체 사업만 따로 떼어놓은 별도 실적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확정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됩니다.
다만 전체 실적이 전망치를 1조원 이상 하회한 데다 사실상 반도체의 부진 때문이라는 게 확인된 만큼, 당초 5조원 중반대로 예상됐던 반도체 영업익이 현재는 4조원~4조4천억원 정도, 그러니까 4조원 초반대로 예상됩니다. 2분기에 6조 5천억원 가까운 영업익을 냈던 것과도 많이 차이가 있죠.
[앵커]
최근 SK하이닉스[000660]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기자]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주력이긴 하지만, 반도체 사업 구조가 완벽히 동일하진 않기 때문에 단순 일대일 비교를 통해 누가 우위에 있다, 이렇게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시장 상황과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SK하이닉스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 매출액은 17조5천800억원입니다. 둘 다 역대 최대 규모고요. 영업익률이 무려 40%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시장 컨센서스를 살짝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컨센서스는 영업익 6조8천억원대였는데 이를 2천억원 가까이 뛰어넘은 것이죠. 심지어 하이닉스가 7조원대 영업익을 올릴 거라고 예상한 증권사가 한 곳도 없었으니 '깜짝 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랑 단순 비교를 하면 영업익이 2조5천억원에서 최대 3조원 가까이 앞섰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중요한 건 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겠죠.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HBM, eSSD(기업용 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면서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 제품에 공을 돌렸습니다. D램과 낸드 모두 평균 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가량 올라 최대 영업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앞선 삼성전자의 설명과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눈에 띄는데요. 삼성은 중국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힌 반면, SK하이닉스는 AI향 고부가 제품 덕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는 얘기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AI서버향 HBM과 eSSD, DDR5, LPDDR5 같은 프리미엄, 고부가 제품과 DDR4, LPDDR4 같은 레거시 제품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는 건 일반 PC나 모바일 등에 들어가는 레거시 반도체인데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들의 추격이 삼성과 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정도가 다른 건데요. 혹시 지난 9월 추석 연휴에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냈던 것 기억하실까요?
[앵커]
네 기억합니다. 경제온에서도 다뤘었는데, 국내 관련 기업들 주가가 뚝 떨어졌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지금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조만간 큰 위협이 될 거란 내용이었잖아요. 중국발 공급 과잉 심화로 수요가 둔화하고 가격이 내려갈 거란 우려죠.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 eSSD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그 영향을 덜 받게 된 겁니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공급사들의 레거시 진출 가속화로 D램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증가했다"면서 "내년에 HBM3E와 DDR5, LPDDR5 수요 대응을 위해 레거시 제품 생산 규모 줄이고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겨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데요. 수요 둔화가 가속하는 레거시 제품 대신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겠다는 거예요. 하이닉스는 올해 연말 기준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은 상대적으로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편인데요. 이는 삼성이 '차세대 HBM'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HBM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은 4세대 제품이 주력이지만 하이닉스는 5세대(HBM3E)에 집중하고 있죠. 3분기 기준 HBM3E 비중이 HBM3를 넘어섰다고 하니, 매출은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삼성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반도체의 겨울'이 아닌 '삼성 반도체의 겨울'인 거군요. 돌파구는 있는 건가요?
[기자]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일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일종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실적을 이유로 대표이사 격인 사업부문장이 고개를 숙인 건 창사 이래 처음인데요.
전 부회장은 "많은 분이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시는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끄는 경영진에 있다"면서 "지금의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했나요?
[기자]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이것들이 바로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한 '문제'인 건데요. 저희가 빨간색으로 표시해둔 네모 안을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째는 '기술 경쟁력 복원'입니다. 전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삼성전자의 생명이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이라면서 "단기적 해결책보단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는 물론, 기술 인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됐습니다.
또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는데요. 삼성전자 내부 조직문화가 지나치게 관료화됐고, 과거 '경쟁력의 근원'이었던 치열한 토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조직 안팎의 진단에 따라 고강도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해당 메시지는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인력 조정 등이 병행될 수 있단 예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외부 행사 참석도 최소화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앵커]
이렇게 삼성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는데,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회사가 어렵다 보니 자연히 그룹 총수인 이재용 회장에게 눈길이 쏠리는데요. 이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긴 했습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삼성에 상당히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인데요. 10월25일, 그러니까 지난주 금요일이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4주기였고요. 일요일이었던 27일은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2주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또 다음 달 1일엔 삼성전자가 창립 55주년을 맞아요.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의 입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 회장은 선대회장 4주기 당일에 가족들과 함께 수원 선영을 찾았고, 그에 앞서 열린 추모음악회 등에도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취임 2주년 당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일본 토요타그룹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을 만나 전장 관련 논의를 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어요.
다만 최근 삼성 안팎의 분위기라든가 조직 쇄신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도 위기 극복 방안과 고강도 인사 계획 등을 묻는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앵커]
다음 달 1일 삼성전자가 55주년을 맞는 만큼 이 회장이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해봐야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연합인포맥스 산업부 유수진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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