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소액주주와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영상 필요가 있다"
고려아연[010130]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회장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2조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의안은 출석 이사 11명 중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공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소유 분산을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 단위 유상증자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아니라 처음부터 일반공모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으니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분명 다양한 신규 주주들이 유입될 것이다.
다만 최근 고려아연 경영진이 주주를 대한 태도를 보면 일반 국민 입장에서 이번 유상증자에 청약하기가 망설여질 것 같다.
앞서 고려아연은 약 362만주(발행주식 수의 17.5%)의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한 뒤 소각하겠다면서 그 이유로 주주권익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들었다.
평상시 주가 대비 높은 매수가격은 둘째치더라도 유통주식 수가 줄어드니 주주가치를 높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공개매수를 마감한 지 일주일 만에 고려아연은 약 373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소각 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이른다.
고려아연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주주들의 재산이 순식간에 30% 증발했다.
대규모 차입을 활용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재무부담이 제한적이라던 고려아연의 주장도 지금 와서 보면 믿기 어렵다.
앞서 고려아연은 재무부담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일축했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유입될 2조5천억원 가운데 2조3천억원은 공개매수를 위해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하루라도 빨리 고금리 차입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회사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 남을 대규모 차입과 뒤이은 대규모 유상증자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알고 있다.
최윤범 회장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지난 28일 기준 17.05%다. 국내외 대기업 등 우호 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공시된 바에 따르면 그렇다.
17%의 지분을 가진 최윤범 회장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와 회사가 총동원됐다. 그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에 대한 진정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취득을 추진하며 내세운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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