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벼랑 끝 MG손보②] 되살아난 '리젠트' 악몽…고용승계의 명암

24.10.31.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자본 확충이 시급한 MG손해보험의 새 주인찾기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선 청산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현재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 두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안팎의 사정으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매각은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어서다.

31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재검토에 돌입했다.

당초 MG손보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만큼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감을 계기로 한 정치권의 지적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산 시 공적자금 투입↑ 보험산업 신뢰도는↓

올해 진행된 MG손보 입찰에서 예보는 5천억 원 안팎의 지원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만큼 우협대상자와의 논의에 따라 지원 규모나 방식의 세부 사항이 달라질 순 있지만, 지원 규모가 많이 늘어날 순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하지만 MG손보 매각을 위한 입찰 조건이 확정되고 나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당초 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MG손보가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상회하기 위해서는 최소 8천억 원 안팎의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앞으로 변화할 제도변경 아래 줄어들 가용자본을 고려한다면 예보의 지원을 반영하더라도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연합인포맥스가 9월 27일 송고한 '새 국면 맞은 MG손보 인수전…지본비율 급락에 원매자들 '고심'' 제하의 기사 참고)

그렇다고 이번 입찰을 유찰시키고 새로운 입찰에 돌입하더라도 예보의 지원금이 늘어나긴 녹록지 않다. 정부 지원금은 청산가치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미래의 회계제도 변경은 가치 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해서다.

IB 업계 관계자는 "MG손보에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가 크게 늘어 원매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다"며 "자칫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는 MG손보를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험업계에서는 계약이전이 진행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청산'이다.

하지만 청산 역시 정부로서는 공적자금이 더 투입되는 선택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리젠트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2003년 파산한 리젠트화재는 계약이전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리젠트화재의 보험계약을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現 DB손해보험)·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LG화재(현 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로 이관하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당시 보험업계에선 '가위바위보로 계약을 가져갔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그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이전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금융당국은 계약이전을 위해 당초 예정된 공적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매각을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보다 10~20% 정도의 자금이 더 집행됐을 것"이라며 "복수의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되다 보니 다양한 상황이 맞물려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매각이 수포가 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공적자금은 더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 MG손보 매각이 실패한다면, 보험산업 전반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올해 결산이 마무리된 이후에 입찰을 재진행하더라도, 청산을 결정하더라도 정부 입장에선 이번 매각보단 공적자금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를 (정부가) 외치고 있는데, MG손보가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중소형 보험사의 어려움, 더 나아가 산업 전반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매각 걸림돌이 된 '고용승계'…150만 계약자 피해 어쩌나

사실 이번 매각을 둘러싼 논란의 한 축은 '고용승계'다. 원매자로 등장한 제도권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도, 사모펀드도 MG손보 노조에는 그리 반가운 주체는 아니다. 이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피 인수기업이 주장하는 당연한 요구조건이다.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승계를 요구하며 연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어떤 식으로든 인력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란 게 공통된 생각이다. 정도의 차이에 기반한 세부 조정과정을 통해 다수에게 득이 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에선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이 주도했던 한진해운 매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업권은 다르지만, 당시 정부는 고육지책의 카드로 '자산부채 이전(P&A)'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인수 기업에 의무가 없는 인력 인수가 강제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청산에 이르렀다. 이후 청산은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확대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업권도 다르고 산업 내 미칠 영향도 차이가 있지만, 부실기업 낙인이 찍힌 기업을 다룬다는 점에선 한진해운과 MG손보가 비슷한 점이 있다"며 "고용승계는 중요한 합의점이지만 시점도 중요하다. 당장의 고용뿐만 아니라 미래에 창출될 고용 효과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MG손보 매각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보험 계약자 보호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험 계약자는 5천만원까지 보장받는다. 하지만 이는 납입 원금이 아니라 사고보험금과 해약환급금 기준이다. 이는 보험 계약자가 상품 계약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리젠트화재의 경우 계약 이전 이후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민원도 많았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기존 보험을 해지하지 못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MG손보 매각 주체는 예보"라며 "매각은 관련 법에 따라 최소 비용 원칙을 따르겠지만, 어떤 경우에서도 보험 계약자, 금융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MG손해보험

[촬영 안 철 수]

jsjeong@yna.co.kr

정지서

정지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