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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존 보클리스의 통찰과 정몽구의 신념

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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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1970년대, 전 세계적으로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미국 화학자 존 보클리스는 '수소경제' 개념을 제안한다. 이전까지 수소는 로켓의 연료나 군사적 사용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보클리스 박사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경제적 가능성에 집중했다.

한번 생긴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던 북미나 독일 등의 국가가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이유도 이런 맥락일 수 있다. '수소폭탄' '아폴로 11호'의 에너지원. 수소의 파괴성에 집중한 나머지, 친환경적·효율적 측면은 서구 사회에서 크게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못했다.

그 후로부터 50년. 에너지의 패권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산유국에 집중됐던 에너지 경쟁력은 이제는 수소 기술을 가진 나라로 옮겨간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에 집중됐던 완성차 경쟁력도 친환경차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이전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신흥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31일 드러냈다. 수소차 사업에 대한 신념 및 비전 공유 행사인 '클리어리 커미티드: 올곧은 신념' 행사에서였다.

발표하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공개

연합뉴스 자료 화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첫 콘셉트카인 '이니시움'을 공개했다. 라틴어로 '시작'을 뜻하는 이 단어에는 수소 사회를 열어가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이 담겨있다.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수소차에 '진심'인 회사는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한 기술과 비효율적인 경제성 등에 손을 뗀 회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과 중국, 인도, 스페인 등의 외신 기자 수십명이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모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수소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던 현대차가 처음 찾은 곳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던 'UTC 파워'였다. 현대차는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명 '머큐리'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 '수성'의 영어 이름이다.

현대차는 UTC파워의 미국 연구원들과 2천600여건의 문건을 주고받으며 수소연료전지 역량을 축적했다. 그리고 2000년, UTC파워와 공동으로 개발한 '머큐리 Ⅰ'을 공개한다. 개발에 들어간 이후 6개월만이다.

현대차와 UTC파워가 주고받은 문건

연합인포맥스 촬영

현대차의 궁극적 목적은 '독자 개발'이었다. 머큐리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폴라리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수소전기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스택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UTC파워처럼 벤치마크할 곳도, 상용화된 스택도 없는 상황이었다.

2004년,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스택 독자 개발에 성공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인정을 받는다.

성과를 목도한 정몽구 회장은 2005년 수소전기차와 친환경차 개발의 전초기지인 '마북연구소'를 세웠다. 이때부터 현대차의 친환경차 연구는 더욱 탄력을 받는다.

물심양면으로 지원이 계속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마북연구소 직원에게 끊임없이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세요.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습니다.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되어도 좋아요." 1975년, 양산형 자동차인 '포니'를 만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분위기다.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1년 북유럽 2개국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범 운행을 시작했고,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이른다.

2024년. 오일쇼크로부터 50년이 지났다. 1975년 겨우 포니를 만들던 현대차는 이제 수소사회의 '퍼스트 무버'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수소차 개발에 출사표를 던진 지 겨우 27년 만이다.

여전히 기술은 불안정하고 수소 가격은 싸지 않다. 그럼에도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내년에 수소 자동차 2세대를 발표하겠다는 데는 분명한 신념이 있다.

"저희는 계속 달립니다." 행사장을 떠나면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가 남긴 '방향성'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연합인포맥스 촬영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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