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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에 신종자본증권까지"…HUG, 자본확충 제동에 '발동동'

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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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반환보증 사고에 관치 부담까지

연내 대처 불가 시 보증발급분 유지 어려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HU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남승표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종자본증권 조달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택시장을 둘러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증자 대안으로 택했던 신종자본증권 조달까지 어려워지면서 HUG의 자본확충에 적신호가 켜진 여파다.

HUG는 연내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경우 올해 보증발급 분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HUG의 역할이 상당했던 만큼 이로 인한 파급력도 커질 전망이다.

◇자본 부담 높이는 전세사고, 확충마저 요원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오는 5일 발행코자 했던 최대 7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결국 찍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절차에 돌입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HUG가 신종자본증권 조달을 준비했던 건 자본 확충을 위해서다. 잇따른 전세반환보증 사고로 적자 실적이 이어지면서 자본금 감소가 예상되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으로 대응에 나섰다.

HUG의 자본 부담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서 대규모 보증사고가 발생하면서 자본금이 대폭 줄기 시작했다. 당시 창립 이래 최대인 3조8천5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5조1천억원의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올해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8조8천억원까지 늘렸지만, 올해 4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면서 이를 유지하는 게 또다시 쉽지 않아졌다.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결산 이후 HUG의 자본금이 3조원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 범위를 90%로 설정해 사고율을 낮추고 있다. 전세반환보증에서 사고가 가장 빈번한 구간이었던 90~100% 보증을 일부 축소한 셈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신종자본증권 조달을 제한하면서 HUG의 주택사업마저 흔들리는 분위기다.

HUG는 올해도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본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자본금은 보증 규모를 결정하는 보증 배수의 기준점인 터라 이는 보증 사업 축소로 이어진다. 이 경우 올해 보증을 발급한 부분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자본확충 시급한데…" 당국 관치에 비판 시각도

HUG의 자본확충 데드라인으로 언급되는 시점은 내년 3월이다. 연내 결정 후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내년 3월까지 대응을 마치지 못할 경우 아파트 분양 및 전세대출, 재개발·재건축 등 모든 주택 분야의 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 이외에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증자와 보증 한도 확대 등이 있다. 앞서 HUG는 국토부와 예산편성을 통해 증자를 꾀했으나 재정 당국의 허들을 넘지 못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선회한 바 있다.

한도 확대의 경우 현재 자본금의 90배인 한도를 130배로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데다 현재 정치적 지형을 고려할 때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신종자본증권이 자본확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지만 금융당국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조달을 제약하는 일은 흔치 않다. 공기업이기에 가능한 행보였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금융위원회의 제동 결정 근거를 두고 일각에선 관치라는 비판 또한 일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HUG의 신종자본증권에 신중히 접근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HUG로서는 최초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고 공모 방식 발행인데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야 하고 그에 따라서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유가증권신고서에 일반 투자자에 대해서 충분한 내용이 충실히 공시될 필요가 있다. 그 부분을 HUG와 금융당국 간에 협의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발행 전 기업으로부터 증권신고서를 받고 이를 면밀히 살핀다. 다만 이번 HUG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증권신고서가 올라오지 않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행해지기도 전에 금융위원회가 선제적으로 조달을 제한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정상 증권신고서 제출 시 서류가 제대로 준비가 된다면 금감원에서도 조달을 막을 수 없다"며 "하지만 금감원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 먼저 움직이면서 이러한 조치와 상관없이 발행이 이뤄질 수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HUG가 정부 출연기관이다 보니 당국의 목소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종의 관치로 조달이 가로막힌 모습"이라고 전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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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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