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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배당·청약까지…임차인도 투자자되는 '뉴리츠'

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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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이 임차인을 투자자로 만드는 새로운 주거 제도 '한국형 뉴리츠'를 제안했다.

전세자금으로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에 투자해 배당 이익을 얻으면서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구조다. 주택을 사지 않고도 부동산 투자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중산층의 새로운 '주거 사다리' 역할이 기대된다.

◇임차 보증금으로 시세 차익·배당까지 노린다

5일 한국은행과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책 심포지엄에서 주택 자금을 부채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하는 한국형 뉴리츠 제도를 제안했다.

제도의 핵심은 거주와 투자가 결합한 구조다. 한은은 현재 가계대출의 61.4%가 주택담보대출일 정도로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보고 대출이 아닌 투자로 주거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10억원) 기준으로 설계된 33평형의 경우 1억원을 리츠에 투자하고 월 25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며 거주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월세 200만원 이상을 내는 2만 가구(서울 1만6천 가구)가 잠재 수요로 꼽힌다.

기존에는 1억원이 임대인에게 전달되는 임차 보증금이었다면 뉴리츠에서는 투자금이 된다.

투자자이자 임차인이 되는 가계는 세 가지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리츠 투자에 따른 수익을 배당으로 받는다. 월 250만원의 임대료 수입 등을 기반으로 운영비용과 이자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의 90% 이상이 투자자에게 배당된다.

또 주변 시세의 95% 이하로 책정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전문 자산관리회사(AMC)를 통한 체계적인 주택관리로 시설물 하자나 임대인과의 갈등 위험도 줄인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지분 매각으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의 10년 후 매도 시 평균 수익률은 133%에 달했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임대주택 제도와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나 공공지원민간 임대 리츠 등 기존 제도에서는 임차인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뉴리츠에서는 가능하게 됐다.

특히 이 제도는 리츠가 주택을 보유하는 구조라 임차인은 주택법상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어 청약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 주택 취득·보유에 따른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도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행

◇가계부채 낮추는 새로운 해법…양극화 해소도 기여

한은은 뉴리츠가 가계부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택 구입이나 임차에 필요한 자금을 부채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Debt-Equity Swap)하면서 가계의 재무구조를 채무자에서 투자자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가계부채비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전세·월세·매매 이외의 새로운 주거 형태가 생기는 만큼 현 수준보다는 분명히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 제도가 가계와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가격 변동 위험을 다수의 민간 투자자에게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임대료 상승도 연간 5%로 제한돼 전월세 가격 급등 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일부 투자자에 집중됐던 부동산 투자수익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분배되면서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또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바우처 등을 활용해 임대료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리츠 회사에 대한 등록면허세·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세제 혜택과 주택도시기금의 저리 대출 지원도 임대료 인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관건은 부지 확보…수도권 집중화 우려도

다만 제도 성공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양질의 용지 확보다. 수익성과 거주 여건이 좋은 공공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민 교수는 "강남권 그린벨트나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국공유지가 개발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서역 등 철도 종착역을 경기도 인근으로 옮기면 상당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서울시와 국토부, 주택도시기금이 중지를 모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 위주의 뉴리츠 도입이 수도권 집중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수도권은 상하이, 베이징, 도쿄와도 경쟁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소득이 높아지는 수도권 거주자들을 위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리츠는 한은의 정책 제안인 만큼 실제 도입까지는 국토교통부 등 정책 당국의 검토도 필요하다.

한은은 국토부 실무진과 여러 차례 논의했으며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과도 방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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