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 공청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보험개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4 jjaeck9@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 은행권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정부안'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공정회 이후 나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제시한 방안들 중 하나를 최종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 최종안 도출 앞서 ELS 공청회로 막판 의견수렴
금융위원회는 5일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정부와 학계, 금융권, 금융소비자 등이 모인 가운데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금융당국이 고려하고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학계·금융권·금융 소비자 등과 공유하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ELS 제도개선 최종안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절차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H지수 관련 ELS의 대규모 손실 이후 금융당국이 마련한 분쟁조정 기준에 따른 자율 배상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전반에 대한 현황 진단 및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이슈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보호원칙'과 '자기책임원칙'을 균형 있게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 부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는) 불완전판매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 은행 판매를 제한하라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 판매금지·거점점포 한정·창구분리 등 옵션 제시
이날 공정회에선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가 은행 금투상품 판매관행 개선방안과 관련한 정부안 발제를 맡았다.
정부안은 크게 세 갈래다.
1안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다.
고난도 금융상품엔 기존과 같은 상품구조의 복잡성과 최대 원금손실 20%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DLF 사태 이후에도 판매됐던 일정 조건의 ELS 편입 신탁과 고난도 금투상품 편입 공모펀드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2안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준수하는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정해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채널 간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을 두는 구조다.
은행 영업점의 일반적인 대고객 창구는 예·적금 전용과 비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용으로 분리하고, 고난도 금투상품은 일반 창구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나 일정 기간 이상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경력을 보유한 직원을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한정해 허용하는 식이다.
3안은 창구분리가 핵심이다.
은행 점포 내에서 예·적금은 일반창구를, 비고난도 금투상품은 전용창구를 활용하고,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채널은 별도 사무실로 분리하겠다는 의도다.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채널 간에는 방화벽(Firewall)이 마련된다.
◇ 적합한 소비자·이해가능한 계약 필요
금융당국은 이번 정부안과 공청회 이후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적합한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계약'을 할 수 있도록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환경에 변화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합성 원칙을 구체화하고 금융소비자의 행동 편향을 고려해 투자 위험성을 우선 설명하는 등 관행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내부통제 체계 확립을 위해 책무구조도 마련과 기준 관리를 병행하고, 성과보상체계(KPI) 개선을 통해 고객 중심의 영업환경도 조성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에 반영할 계획이다"며 "핵심은 금융시장을 구성하는 판매직원과 금융사, 금융소비자, 금융당국 등의 주체들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헀다.
◇ 참석자들, 전면 판매금지에 '무게'
이날 학계와 연구기관, 금융소비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은행권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는 전면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현행 특정금전신탁 규제 체계와의 정합성 등 고려할 때 은행은 결과적으로 ELS 상품을 취급해선 안된다는 게 제 해석이다"며 "투자일임업을 전적으로 허용하는 등 대대적 변화에 나설 계획이라면 모르겠지만 현 제도의 틀을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결과적으론 ELS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방은 6% 안팎의 수익률로 막혀 있는 반면, 하방은 최대 100%의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예·적금 고객이 대부분인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는 게 참석자들 대체적 인식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 또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안 교수는 "과거 DLF 케이스를 보면 판매자도 기초자산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이를 이해했을 가능성은 없었다"며 "ELS는 '확률적 착시'로 높은 확률도 일정 수익률을 올리면서 수요가 있었는데, 순매도 포지션을 포함하고 있는 상품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데스크도 금지하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는 키코의 구도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불완전판매 소지를 안고 있는 상품으로 규제가 여럿 적용되곤 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은행의 전면 판매금지가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현재 주요 금융지주들을 보면 지주 산하에 증권사를 두지 않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ELS는 증권사에서 팔면 된다. 예금의 대체재로 ELS를 권하는 은행보다는 주식 투자와 비교할 수 있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또한 "은행에서 고위험 금투상품을 판매하는 것엔 반대하는 입장이다"며 "고난도상품 판매는 소비자 인식 차이에서 오는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혼동을 막기 위해선 물리적 분리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1안보다는 특정 점포로 판매 채널을 한정하는 2안에 대한 지지도 있었다.
이호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은행들이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해 초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히 팔았던 게 문제라는 점엔 공감한다"며 "다만, 해외선 법적으로 금지한 사례를 찾긴 어렵고, 이 경우 겸업투자를 허용했던 취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에선 김진홍 금융소비자정책국장과 이진수 은행과장,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 이길성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장이 참석했다.
금융당국 참석자들은 지적된 문제들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직까지 결론이 난 것은 아닌 만큼 공청회 안팎에서 나온 의견들을 향후 제도개선 절차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한 1~3안은 예시일 뿐이고, 꼭 이 가운데 정해지는 건 아니다.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변형된 형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엔 업계에서는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과 정형규 금융투자협회 본부장 등도 참여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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