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중국 견제 범위·수준 확대 예상
대선 앞두고 "나쁜 반도체 거래"…칩스법 비판
"삼성·SK 반사이익" 기대감도…"기민한 대응 필요"
[https://youtu.be/HQJpSQT9guA]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선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전면 폐기를 거론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심지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대신 '고관세 부과'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당근 대신 채찍을 주겠다는 논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거용 멘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변화를 준다 해도 이보다 강도가 약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 축소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불확실성 최소화 차원에서 미국 현지 생산설비 완공과 안정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미국 우선·탈중국' 드라이브 예상…업계 혼란 가중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 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대비 예측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이를 위한 '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선 양측이 유사한 입장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관세 및 산업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상품 무역뿐 아니라 금융투자와 지식재산, 인력, 연구개발 등 전반에서 미·중 간 상호 교류와 의존을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출처:산업연구원]
트럼프가 예상보다 더 급진적으로 통상·공급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脫)중국 관련, 바이든 행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감소)'을 계승하는 해리스와 속도는 물론 수준과 범위에서 상당한 차이가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조는 반도체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반도체 분업구조 재편 기조를 가져가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범위도 확대할 거란 전망이다. 예컨대 첨단 공정 뿐 아니라 레거시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덩달아 같이 긴장 상태에 놓일 수도, 반대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미국의 지식 재산과 기술이 포함된 경우,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대해서도 중국기업 요소(소부장·소프트웨어) 공급 차단과 판로 제한 정책을 폈던 바 있다. 이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9년 2억4천100만대에서 2021년 4천300만대로 82%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선 열흘 앞두고 "보조금 없애고 관세 부과" 진의는
다만 이러한 자세가 칩스법 폐지 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칩스법 기획과 입법을 주도했고, 그로 인해 중국 반도체산업의 추격을 저지하고 핵심 중국기업의 발흥을 억제했다는 데 주목한다.
칩스법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정한 법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를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인텔 같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 모두 현지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받는다.
삼성이 약 440억 달러(약 61조원), SK가 38억7천만 달러(약 5조2천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배경에 이 보조금이 있다. 예정대로라면 삼성은 64억 달러, SK는 4억5천만 달러를 받게 된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650억 달러를 투자해 보조금 66억 달러를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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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공개적으로 칩스법을 폐기하겠다고 발언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트럼프는 대선을 약 열흘 앞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며 "단 10센트도 주지 않아도 된다.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알아서 와서 공짜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칩스법을 폐지하고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하원에서 공화당을 이끄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칩스법 폐기를 말했다 번복해 논란을 키웠다.
만약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면 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발표한 글로벌 투자 계획도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1997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전 세계에서 무관세로 수출입 되고 있다.
◇"중국 견제 강화, 삼성·SK 반사이익 기대" 분석도
일단 업계에서는 WTO 협정 등을 근거로 트럼프가 칩스법을 무력화하고 관세를 부과하긴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제조 기반을 내재화하고 첨단 제품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미국의 국가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사실상 대만 TSMC를 겨냥한 조치로 보기도 한다. 트럼프는 TSMC를 특정해 "우리 사업의 95%를 훔쳐 대만에서 하고 있다" "돈을 미국에서 쓰게 해야 한다" 등의 강성 발언을 해왔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및 핵심 판로 수요산업 내 중국 기업 견제를 강화해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칩스법 관련해 "추가 투자 요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첨단공정 제조 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국가 전략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제재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 판로가 보호됐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주요 장비 수출 통제는 삼성이 파운드리 양강을 유지할 수 있는 뒷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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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업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중국 SMIC, 대만 TSMC 대비 국제정치적 리스크가 낮다"면서도 "종합 전자기업으로 첨단공정 파운드리 물량 수주에 불리하니 미국 현지 고객사 수주 및 현지 시설 조기 완공 및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국기업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수출통제 수준 강화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그동안 계속 대중국 규제를 해왔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좀 더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는 대선주자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면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한국 핵심 수출산업의 생산 구조가 내포하는 위험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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