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후보자가 공약해 온 대대적인 관세 공약이 실행될 경우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나 인플레이션 재 고조 위험도 부상하면서, 금리 조정에 어려움도 한층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금리 인하 시점을 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관세 시즌2…급해진 경기 방어
트럼프 후보자는 공약으로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의 중국산 등 일부 국가 대상 관세보다 더 광범위하다. 중국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물론 중국으로의 수출도 감소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이미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둔화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한은은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도 연간 1%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한은은 3분기 수출의 예상외 둔화 등으로 기존 전망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면 내년 성장이 잠재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경기 방어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수출 충격만으로 성장률 1%를 넘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도 "대중 관세로 중국이 다른 지역에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면 우리 경제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경기 측면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가 빨라질 수 있는 요인들이 쌓이는 중이다"고 진단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등의 지정학적 갈등이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위의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내 셰일가스 시추가 늘고 러-우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물가에 아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와 성장 양쪽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에 환율 문제 가세…빠른 움직임 제약
그렇다고 한은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만만치 않은 여건이다. 우선은 오래된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상존한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으로 환율도 다시 장애물로 등장할 전망이다. 달러-원은 1,400원 선 부근으로 레벨을 높였다. 트럼프 집권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 가능성과 우리 수출 타격 우려 등을 더하면 언제든 1,4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환율이 다시 통화정책의 고려 변수로 등장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나 시장 금리의 움직임도 한은의 완화를 제약할 수 있다.
트럼프의 감세 등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로 미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고율 관세와 재정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위험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달러-원이 급등한다면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한은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다만 달러-원 상승세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아놓지는 못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달러-원 1,400원 이상 등 급등 시에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 등 국내 외환당국의 정책적인 대응도 강화할 수 있다. 내년 중순 이후에는 우리나라 국채의 세계채권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
그런 만큼 대선 이후 일정 기간 환율이 불안정할 때는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이 제약되겠지만, 이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리스가 승리한 것 대비해서 초기(내년 상반기)에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식의 보수적인 대응이 예상된다"면서 "이후에는 경기 부진과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초점을 맞추며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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