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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이채원이 연 밸류업…이남우가 꽃피운 밸류업

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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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03년 6월. "다우지수 산정방식 적용 땐 한국증시는 이미 5,800"이라는 도발적인 의견이 등장한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500~1,000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지그재그식 등락은 장기투자에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우지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국인 투자가 시작된 1992년부터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종 대표종목 19개를 골라 KCI(Korea Core Index)를 구성해 수익률을 계산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92년 624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2003년의 KCI지수는 무려 5,800이었다.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미국 다우지수처럼 시장지배력을 가진 우량종목들을 기준으로 하고 단순주가 평균방식을 취했다면 큰 폭으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론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우량기업을 선별해 구성종목을 바꾸는 다우지수는 지금도 3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다우에 포함됐다면 경기가 나빠져도 이익이 많이 줄지 않고, 경기가 좋아지면 이익이 많이 늘어나는 기업이라고 자신할 만하다.

반면 종합주가지수, 지금의 코스피는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한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출한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어가는 종합주가지수가 아닌 거의 10배로 뛰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금융당국은 발칵 뒤집혔다. 이 생각은 동원투신운용의 이채원 자문운용실장이 팀원들과 6개월 넘게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는 KCI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빅5' 등을 포함한 업종별 대표 19개 종목으로 구성했다. 다우존스나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처럼 개별 구성 종목의 주당 가격에 비례해 평균을 내는 가격평균지수 방식으로 산출됐다.

"종합주가지수는 불량 종목까지 포함한 거래소 전체 종목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투자 가능성이 낮고 지수 왜곡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KCI는 한국에서도 장기투자가 가능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2024년 말, 다우지수에는 인텔이 빠지고 엔비디아가 들어간다. AI가 바꾼 변화에 과거 이채원의 아이디어가 다시 떠올랐다. 좋은 기업이 제값을 받게 하자는 사실상 한국의 밸류업의 출발이라고 본다.

이후 그는 한국밸류자산운용 사장까지 지내며 가치투자 전성기를 이끈다. 여기에는 이채원 개인의 힘이 크다. 그는 말을 잘한다. 신뢰감 있는 외모와 일본통, 오타쿠적인 집요함은 덕이다. 1세대 가치투자 대표주자에서 나아가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으로 여전히 현직에 있다. 우리의 '어른'으로 남아있다.

행동주의펀드의 시초격인 이채원 키즈도 많이 배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프리미엄'을 받기 위한 밸류업 외침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시대적 공감을 얻게 됐다. 일이 풀리려면 시대적,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이 그때다. 이채원 의장이 지금 말하는 것처럼 밸류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다. 상법, 상속법 등 숙제는 남아있지만, 밸류업이라는 정부의 어젠다 제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이 의장은 평가한다. 정쟁 이슈에 머물 수 있었던 금투세도 폐지라는 결론에 이르는 등 광범위한 지지도 얻고 있다.

이채원 의장과 이남우 회장

이채원 의장과 동갑인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금 시대의 밸류업 파워맨으로 부상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기업들에 성적표도 매기는 그의 움직임에 상장사들의 변화도 끌어냈다. 진짜 세상이 변하는 밸류업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 회장은 "20년 넘게 국내시장을 지켜봐 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잘 안다. 이번 밸류업 정책을 보면서 또 속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다시 베팅했다. 사실 낮은 기대 수준이나 주가만큼 또 속아도 리스크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 사태가 나타나면 역시 '한국의 패밀리는 진짜 믿기 어렵구나'는 인식이 생긴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는 게 여전하구나. 걱정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대우증권 국제부,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동방페레그린증권 이사, 삼성증권 초대 리서치센터장, 메릴린치 서울지점 공동대표, 노무라 아시아 고객관리 총괄대표 등을 지낸 국내 증권업계의 '어른'이다.

이 회장이 이끄는 거버넌스포럼은 법률, 제도, 재무적 이론으로 무장했다. 거버넌스포럼의 110명 중 금융인은 60명 정도다. 행동주의펀드, 자산운용사 등 금융인도 있고, 내로라하는 변호사, 교수도 있다. 오랜만의 밸류업 행동주의에 힘을 보태고자 1억원 정도는 선뜻 내놓는 경영인도 있다.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벌룬티어 개념이다. NGO에서 시작해 의기투합한 첫 뜻을 잊지 않는다.

"저는 젓가락질을 못 합니다. 그 흔한 운전도 못 합니다. 그런데 잘하는 게 있습니다. 잘 버팁니다. 좋은 주식 사놓고 견딥니다. 그게 가치투자를 이끄는 힘입니다"이라고 했던 과거 이채원 의장의 정성적인 설득은 이제 진화했다.

"주주환원은 수단과 방법이지 밸류업의 목표가 아닌 점을 KB가 명확히 했다. 대부분 상장사 CEO, CFO들이 이 점을 혼동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는 이남우 회장의 정량적인 거버넌스론으로 말이다. (금융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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