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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트럼프와 韓 부동산 가격

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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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집을 계약했는데 잘한 일인지, 트럼프 때문에 집값이 폭락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물어왔다. 대화의 요지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기에 집을 산 것이 옳은 판단인가였다.

그러면서 곰곰이 되짚어봤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받았던가. 미국의 정책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였던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임기가 두 번째다.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미국 45번째 대통령을 역임했고 이번 당선으로 47번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재입성한다.

트럼프의 4년 임기가 가져온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을 가져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여파를 가져왔다.

그에 따른 기억 때문일까.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한국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묻는 일도 이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선 트럼프가 4년간 재임했던 2017년~2020년까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땠을까를 확인해보자.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2020년까지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4년간 7.71% 올랐으며,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4.43%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44.67% 급등했으며, 대전 26.72%, 경기도 12.86%, 대구 12.46% 등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지역도 상당했다.

연도별로 보면 매매가격지수 기준으로 2017년과 2018년에는 전국 집값이 각각 1.48%, 1.10% 올랐다. 그러나 2019년에는 0.36% 하락했으며, 2020년에는 5.36% 오르면서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트럼프가 물러난 2021년에는 한국의 집값이 9.93% 급등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당선은 부동산 시장에 호재인가.

[출처: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

2019년은 그해 7월부터 미국이 경기 둔화에 대응 금리인하를 시작하던 때다. 당시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었다.

미국의 금리는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됐으며, 이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됐다.

한국 역시 그해 7월 경기둔화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후 미국과 한국은 모두 금리 인하기에 돌입했고 미국은 2019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설까지 돌 때였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매크로 화면 재정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하기는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으며, 그해는 주택 가격이 하락한 때다. 그러나 이듬해 우리나라의 집값은 2년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금리 인하 시기와 맞물린다. 그러나 트럼프 재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기와 겹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년간 재임했다. 같은 시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현미 전 장관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한다. 김 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2017년 8월 8.2 부동산 정책을 시작으로 무주택자를 지원하고,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대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 대책은 대출 확대에 따른 영끌 수요를 촉발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되레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2년간 전국 부동산 가격은 연간 5%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으며 2년간(2020.5~2022.5)의 총상승률은 14.4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무려 20%에 달했으며, 수도권은 각각 주택 17.36%, 아파트 24.06%의 상승률을 보였다.

트럼프는 저금리 및 약달러 정책을 지향하지만, 이전 정부에 확인한 것처럼 금리보다 규제가 더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당선이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 가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정도가 당장 눈에 보이는 요인이지만, 이는 이미 인하가 대세라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트럼프의 당선은 직접적인 영향보다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라며 "주택구매력이 금리, 경기, 물가와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이나 무역정책과 관련한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지긴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에 민감한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부문은 종전보다 위축될 수 있어 이런 부문이 성장률을 낮추면 주택 구매력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러 차례 나온 부동산 정책은 임기 중반을 넘어서며 금리 인하기와 맞물리며 주택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는 묘하게도 트럼프의 임기와 겹친다.

대다수 전문가는 내년 주택시장도 올해와 비슷한 양극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이 예고된 시점에 미국과 한국이 막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묘하게 데자뷔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산업부 윤영숙 기자)

[출처: 연합인포맥스 매크로 화면 정리]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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